계엄·탄핵에 위축된 내수…"朴 때보다 가계·기업 심리 더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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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경제동향(1월호)최근 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경제까지 위축되고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이었던 2016~2017년과 비교해 금융시장의 변동 폭은 작지만, 가계와 기업의 경제 심리는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공급 부족 가능성”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KDI 경제 동향(1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반도체 생산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반도체 이외엔 생산과 수출이 둔화하고 있고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경기도 미약한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지난해 11월 건설업 생산이 전월(-10.8%)에 이어 –12.9%를 기록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전(全) 산업 생산도 2.4%에서 –0.3%로 낮아졌다. 재고율도 전월(112.3%)에 이어 111.8%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KDI는 최근 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는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KDI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며 “최근 정국 불안에도 환율 및 주가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KDI는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와 비교할 때 금융지표의 동요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작년 12월 3일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약 5%로, 과거 정국 불안시기(2016년 10월 24일 이후) 환율 상승 폭(7%)보다 제한적이라는 점이 근거다. CDS 프리미엄도 4bp 올라 과거(14bp)보다는 폭이 작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수치로, 높을수록 해당 국가가 파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문제는 가계와 기업의 심리 위축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작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1개월 만에 12.3포인트 떨어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속도도 빠르고 낙폭도 크다. 기업심리지수도 마찬가지로 과거보다 낙폭이 컸다.
KDI는 주택시장에 대해선 “향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공급 부족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작년 1~11월 누계 기준 수도권 주택착공(13만5000호)도 최근 3년(2021~2023년) 누계 평균(17만5000호)보다 적고, 수도권 주택 인허가(11만6000호)도 최근 3년 누계 평균(17만9000호)을 밑돌아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