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피를 꿀꺽, 관객은 침을 꼴깍…매혹의 공포영화 '노스페라투'

영화 '노스페라투'

고전적인 '뱀파이어' 영화에
소름돋는 영상과 소리 입혀져

불길하고 매혹적인 작품 탄생

릴리 로즈 뎁, 빌 스카스가드 등
캐스팅도 암울한 세계관에 찰떡

1월 15일 개봉
공포영화가 무서워지지 않는 시점이 있다. 미스터리가 풀리는 순간이다. 초반에는 정체 모를 악령이나 악당이 언제 어디서 등장할까 조마조마하다가도, 그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어이없어질 정도로 긴장이 풀리곤 한다.

공포영화 소재도 비슷한 운명을 겪는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빌런'이 있다. 한때는 외계인, 수녀가 단골로 등장했고, 2010년대에는 좀비, 최근에는 오컬트가 주목받았다. 이렇게 특정 공포 소재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관객들도 점점 익숙해져 충격도 약해지고, 정체가 밝혀진 악당처럼 시들해지기 시작한다.그 중에서 드라큘라와 흡혈귀도 '공포영화'에서는 비교적 잊힌 빌런이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렛미인', 가장 최근인 2023년 개봉한 '렌필드'까지 흡혈귀가 등장하는 영화는 꾸준히 나왔지만, 공포보다는 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액션 등 다른 장르로 소화됐다.
'노스페라투'는 최근 개봉작 중에서 흔치 않은 고전 뱀파이어 호러 영화다. 구체적으로는 '고딕 호러 (Gothic Horror)'로 불리는 장르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 영국에서 유행한 고딕 호러 소설은 음침한 중세풍 고성이나 저택에서 벌어지는 괴기한 사건을 그리는 공포 장르다. 영화로는 무성영화 시대였던 1920년대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오페라의 유령 등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노스페라투' 역시 소설 '드라큘라'를 모티브로 1922년 만들어진 동명의 무성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야기는 신혼부부인 엘렌과 토마스의 시점에서 출발한다. 부동산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엘렌의 만류에도 '올록 백작'의 성으로 떠나는 토마스. 음침한 고성에 도착해 계약서를 작성하지만 올록 백작의 정체는 사실 흡혈귀 '노스페라투'. 노스페라투에게 피를 빨리고 포로 신세가 될뻔한 토마스는 겨우 도망친다.'노스페라투'는 악마의 농간으로 죽어서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흡혈귀다. 그는 역병과 죽음으로 세상을 뒤덮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다른 데에 있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 분노하게 된 이유는 바로 자신과 사랑을 나눴던 아름다운 여인 '엘렌'이 토마스와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노스페라투는 사실 사랑하는 여인을 소유하기 위해 발악하는 스토커에 가깝다. 엘렌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바쳐 흡혈귀로부터 인간들을 구해야 하는 전형적인 비극 서사이다.

이야기 흐름만 놓고 보면 아주 독창적인 플롯은 아니지만, 오컬트적 요소가 미스터리를 한층 더한다. '엘렌'의 발작과 악몽, 한밤중에 농노 마을에서 벌어진 기묘한 의식 등 초자연적인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한다. '올록'이라는 이름의 백작이 흡혈귀라는 사실은 금방 유추하더라도 이 기묘한 인물과 사건들 사이를 엮는 연결고리는 베일에 싸여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이런 미스터리는 음향 효과와 유려한 촬영 기법으로 구현됐다. 몽환적이면서도 소름끼치는 미장센이 돋보인다. 특히 토마스가 노스페라투의 저택에 도착해 방에 도달하는 시퀀스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흑백 영화로 느껴질 정도로 칙칙한 무채색의 숲길 한가운데 서 있는 토마스를 향해 검은색 마차가 달려오고, 그는 어딘가 홀린 듯 마차에서 성안까지 붕 떠서 끌려간다.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악몽에 빠져든 듯한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불길함이 진하게 전해진다. 이 밖에도 녹슨 뱃고동 같은 노스페라투의 같은 거칠고 깊은 숨소리, 흡혈귀가 심장을 물고 피를 꿀떡꿀떡 삼키는 소리를 비롯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끔찍한 음향 효과도 불길함을 더한다.
섬뜩한 캐스팅이 암울하고 신비로운 세계관을 완성한다. 릴리 로즈 뎁의 푹 꺼진 눈과 도드라진 광대는 팀 버튼의 '유령 신부'가 연상된다. 사연과 비밀 가득한 주인공 엘렌 역을 맡기에 최적인 분위기의 배우다. 광인 역할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윌렘 데포가 연기하는 오컬트 전문가 폰 프란츠 교수, 영화 '그것'에서 패니 와이즈에 이어 괴물 분장 전문가가 된 빌 스카스가드의 노스페라투까지 하나같이 침울하고 몽환적이면서 끔찍한 '노스페라투'의 작품 속 세계에 착 달라붙는다. 영화는 오는 15일에 개봉한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