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소니의 부활…완벽한 변신으로 CES 장악한 일본 [CES 2025]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아필라
7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관심을 받은 제품 중 하나는 일본 니콘의 Z시리즈 카메라. 겉모습은 여느 카메라와 똑같은 제품에 사람이 몰린 이유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27년에 추진 중인 2027년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 채택돼서다. 낮에는 최대 130도까지 올라갔다가 밤에는 18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달 표면 환경을 견뎌내려면 초고성능 카메라여야만 한다.

니콘은 7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달 탐사 뿐 아니라 로봇,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카메라와 3D 글라스 등을 대거 전시했다. 니콘 전시장 대기줄에는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한 때 필름 카메라로 유명했다가 시대 흐름을 못읽고 사업을 실기해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니콘이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다. 전자, 자동차 등 글로벌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일본 기업들이 올해 CES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재등장했다. 인공지능(AI)를 비롯한 첨단 모빌리티 및 소프트웨어 등 최첨단 사업 분야에서다.

TV, 카메라 등 가전으로 유명했던 파나소닉의 전시관에선 이러한 제품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전기차용 배터리, AI 기반으로 가족의 건강을 챙겨주는 코치 로봇 ‘우미(Umi)’,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인 오아시스 등이 자리를 채웠다. 파나소식은 이번 CES에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4680의 생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 글로벌 TV 시장에서 34년간 1위를 꿰찼던 소니도 마찬가지였다. 전시관은 증강현실(VR) 기기에 들어가는 컨텐츠, 영화제작자들이 정밀한 움직임을 생생하게 촬영할 수 있는 가상환경 시스템 등 엔터테인먼트 컨텐츠가 주를 이뤘다. 전자와 자동차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던 소니가 혼다와의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가 CES에서 처음 공개한 전기차 아필라에도 관람객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전통적인 일본 자동차 기업들도 최첨단 기술을 들고 나왔다. CES에 처음 참가한 스즈키는 도시 배송 물류를 도와주는 로봇인 ‘로미’, 전 세계 운전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율 전기 플랫폼인 6세대 블랑 로봇, 완전 자율 주행 차량을 갖춘 도시 교통 시스템, 겨울철 제설 작업을 알아서 해주는 제설로봇 등을 선보였다. 5년 만에 CES에 참가한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내세운 것도 미래형 도시인 우븐시티였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으로 이름을 떨쳤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일본 기업이 절치부심 끝에 사업 체질 전환에 성공했다”며 “이번 CES는 일본 기업의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