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치에 발목잡힌 中企·소상공인…혁신 돌파구 찾아야

탄핵 정국에 매출 실적 급감
K브랜드로 해외 판로 뚫어야

최형창 중소기업부 기자
2020년 동행세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매년 흥행을 이어가던 동행축제의 기세가 꺾였다. 동행축제는 정부가 내수 활성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위해 야심 차게 펼치는 전국 단위의 소비 진작 행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1~28일 열린 ‘12월 동행축제’에서 온·오프라인 매출이 6128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7291억원을 거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실적이 15.9%(1163억원) 떨어졌다. 간접매출로 분류되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판매 액수까지 더하면 지난해 매출은 8089억원이었다. 1조원을 넘긴 2023년 12월 동행축제에 비해 25.4% 줄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가 지갑을 닫은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소상공인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흥행 참패 원인은 계엄 사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8.4%가 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한 답변이 37.7%로 가장 많았다.문제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좀처럼 소비심리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갔는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일방적인 주장만 내뱉고 있다. 백척간두에 선 기업과 국민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의 숨통을 터주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한다고 해서 앉아서 체념만 하고 있을 순 없다. 호시절에도 폐업하는 가게는 있었고, 아무리 불경기여도 소문난 맛집 앞은 문전성시다. 이번 동행축제 때도 솜씨협동조합은 기획전을 통해 ‘티엔미미 홍콩식 토마토탕면 밀키트’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약 2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입닭갈비’ 제품을 동행축제 기간 온라인으로 판매한 성화푸드는 지난달 매출이 17배 늘었다.

이 회사는 제품 개발 전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닭갈비를 즐기고 싶어 한다는 수요를 파악했다. 이후 한입 크기로 손질된 닭갈비를 만들었고, 이번 동행축제 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떻게 제품을 구성하고, 어떤 판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내수가 어렵다면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K뷰티와 K푸드는 외국인에게 더 이상 낯선 브랜드가 아니다. 정부가 다양한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움츠린 어깨를 펴고 더 혁신하겠다는 자세로 나서야 새로운 길,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