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션의 '선한 영향력'

‘기부 천사, 바른 생활 사나이, 미라클 션….’ 가수 션의 별명이다. 션은 ‘착한 러닝’으로 유명하다. 독립 유공자 후손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해 광복절에 81.5㎞를 달리는 ‘815런’이 대표적이다. 2020년부터 시작했는데 작년엔 1만6300명이 참가해 13억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그동안 16채 이상이 완공됐고 100채 이상 짓는 게 목표라고 한다. 션은 이 행사에서 실제 81.5㎞를 뛴다. 몸을 만들기 위해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최소 20㎞를 달리고 점심엔 웨이트 트레이닝, 저녁엔 자전거 타기를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 최초 루게릭 환자 전문 요양병원을 짓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한 ‘미라클 365런’도 션이 심혈을 기울이는 캠페인 중 하나다. 2011년 루게릭병을 앓던 전 프로농구 선수로 지난해 9월 작고한 박승일 씨를 알게 되면서다. 션은 달리기,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각종 모금 활동을 통해 2023년 말 경기 용인에 병원을 짓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몰래 숨겨왔던 239억짜리 건물’이라며 병원 완공 사실을 알렸다. 병원 건립비는 션과 아내 정혜영 씨가 6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35만 명 이상이 낸 후원금으로 조달했다.연예인 중에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지탄받는 이도 적지 않다. TV에선 화목해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쇼윈도 부부’도 많다. 션·정혜영 부부는 한 번도 그런 구설에 오르지 않았다. 션 부부가 지금까지 강연, 홍보대사 활동 등을 통해 낸 기부금만 6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션이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4년 10월 아내와 결혼하면서다. 처음엔 ‘사랑하는 여자와 가정을 이뤄 감사하다’는 생각에 매일 1만원씩 모아 매 결혼기념일에 365만원씩 기부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어느덧 기부가 늘었다고 한다. 션은 과거 인터뷰에서 “진정한 행복은 나눌 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누구나 실천하진 못 하는 말이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역할로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얘기가 ‘선한 영향력’이다. 션의 기부가 그 전범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