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공지능이 점령한 CES 2025

로봇 등과 결합한 AI 전면에 부상
해외 종속 피할 '전략' 마련 시급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前 중소기업청장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가 7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66개국, 48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도 역대 최다인 1031개 기업이 행사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참가 기업 수로는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다. 특히 세계 1300여 개 스타트업이 모인 까닭에 ‘기술 올림픽’을 방불케 하는 유레카관에선 한국 스타트업이 절반 가까운(625개) 비중을 차지하며 K스타트업의 열기를 뽐냈다.

이달 중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돼 CES 2025의 전략적 의미가 배가되고 있다. 올해 CES의 기술 트렌드는 양자 컴퓨팅 등 미래 기술이 관심을 끄는 면도 있으나 종합적으로 보면 단연 인공지능(AI)이 최고 화두다. 올해는 AI를 적용하지 않은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명실공히 전 분야에서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수년간 표방해온 ‘모든 곳에 스며든 AI’(AI Everywhere)가 현실화한 모습이다.AX라고 불리는 AI 대전환이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면서 AI 기술 트렌드는 물론 AI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 추이 등의 분석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국가적 AI 대전환 전략이 매우 중요해졌다. 특히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정보기술통신(ICT), 자동차, 로봇, 배터리, 바이오, 우주·항공 등 첨단 제조업의 AI 대전환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개막 전야인 지난 6일 저녁 세계의 이목이 쏠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은 우리의 AI 대전환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현장 관객 1만여 명, 온라인 관객 수십 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젠슨 황은 1시간 반에 걸쳐 사실상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평정한 엔비디아의 자신감 넘친 AI 대전환 전략을 설파했다.

그중에서 AI 발전 단계를 ‘인식 AI’ ‘생성 AI’ ‘에이전트 AI’ ‘물리적(Physical) AI’ 등 네 단계로 나누고 엔비디아가 현재의 생성 AI와 에이전트 AI를 넘어 물리적 AI 단계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우리에게 의미가 크다. 물리적 AI란 센서 및 액추에이터를 통해 실제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말한다. AI 기반 자동차, 로봇, 드론, 기계장비 등이 대표적 예다.AI 대전환의 양대 축인 클라우드 기반 AI와 온디바이스라고 불리는 디바이스 기반 AI, 이 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AI 모두가 이 네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첨단 제조기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강점을 고려하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클라우드 기반 AI보다 제품 중심의 온디바이스 AI에서 승산이 크다. 이에 따라 우리가 잘하는 AI 스마트폰과 같은 온디바이스 AI를 넘어 자동차, 로봇, 기계장비 등에 AI를 적용하는 물리적 AI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물리적 AI에 진출하겠다는 엔비디아 전략을 면밀히 분석해 클라우드 기반 AI 대전환에서는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협력하고 온디바이스 및 물리적 AI 대전환에서는 우리의 강점을 살려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모든 분야를 지배하겠다는 엔비디아의 포부에 주눅 들어 종속되기보다 물리적 AI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생태계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행 전략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세계 최강의 산업 AI 대전환이 ‘AI 3대 강국’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