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 살린다고 툭하면 임시공휴일 지정…생산·수출은 안 보이나

정부와 국민의힘이 어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이달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올해 설 연휴는 28~30일로 월요일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주말을 포함해 6일의 긴 연휴가 된다. 금요일인 31일에 하루 연차 휴가를 내면 최대 9일간 쉴 수 있는 ‘황금 연휴’다. 연말연시 대목에도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의도를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이렇게 선심 쓰듯 임시공휴일을 남발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여당은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경제 전체의 생산 유발액이 4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이 1조6300억원이라는 국내 한 경제연구원의 보고서도 언급했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고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꾸준히 이어져 온 만큼 이런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도로 정체에 교통편 구하기도 어려운 설 명절에 휴일이 늘어난다고 국내 관광과 소비가 늘어날지도 의문이다. 민생이 어려우니 전 국민에게 돈을 풀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현금 살포 포퓰리즘은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휴일 포퓰리즘’에 편승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여유 있는 대기업 직장인들은 징검다리 연휴나 이번 같은 명절 연휴에 연차를 써서 길게 쉬는 게 일반화돼 있다. 반면 생산 기한에 쫓기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근로자들은 남들 쉬는 휴일조차 못 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에겐 해외 여행객으로 넘쳐나는 연휴의 공항 풍경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휴일 포퓰리즘은 가뜩이나 뛰어넘기 힘든 노동시장의 격차를 더 벌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게다가 나라 안팎의 어려움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휴일이 생산성 하락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공장을 멈추거나 가게를 닫을 수 없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특히 더 그렇다.

또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 정도로 ‘적극적인’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소비가 문제라고 하지만 생산, 투자, 수출 모두 갈 길이 바쁜 연초 아닌가. 여당이 그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냉큼 받아 든 모양새도 좋지 않다. 가뜩이나 생산성이 낮은 나라에서 때마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면 더 쉬고 더 많이 받겠다는 목소리만 커질까 우려스럽다. 거의 매년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지금 같은 행태는 국민 휴식권을 빙자한 선심성 정책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