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경동나비엔 '특허 대혈투'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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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열전‘보일러는 역시 귀뚜라미’ ‘국가대표 콘덴싱 경동나비엔’.
보일러 시장 놓고 '20년 라이벌'
올해도 기술특허 분쟁 이어갈 듯
신사업에선 다른 행보 '눈길'
종합 냉난방 vs 생활·환경솔루션
국내 보일러 시장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광고카피다. 자신들이 보일러업계의 대표 기업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양사 모두 보일러 판매량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1등’ 타이틀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하다.작년 말 불거진 기술특허 침해 이슈와 맞물려 올해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자존심을 건 경쟁이 그 어느 해보다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귀뚜라미가 자사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판매했다는 내용의 소송을 올 상반기 제기할 예정이다.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를 상대로 신청한 에코 콘덴싱 일부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받아들인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강력 대응할 방침이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 간 혈투는 사실상 포화시장으로 변한 국내 보일러 시장과 연관이 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1990년대 성장기를 거쳐 2000년대 초 성숙기에 진입했다. 이후 연간 120만~130만 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20년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배경이다.
경쟁 전선은 다른 난방 제품으로 확산하고 있다. 고급 온열매트가 대표적인 경쟁 품목이다. 귀뚜라미는 2020년 ‘3세대 온열매트’로 불리는 카본매트를 선보였는데, 이듬해 경동나비엔이 ‘DC온열매트’ ‘숙면매트’라는 이름으로 카본매트를 곧바로 내놨다. 카본매트는 구리 열선 대신 카본(탄소) 소재로 발열하는 온열매트다. 온열매트의 단가는 30만~40만원대로 보일러에 비해 저렴하지만 교체 주기가 3~5년으로 짧다는 게 기회 요인이다. 최근엔 가스요금이 올라 온열매트를 구매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신사업 분야 실적도 올해 맞수 열전의 관전포인트다. 난방용품을 제외한 두 회사의 신사업 영역은 다르다. 귀뚜라미는 2006년부터 귀뚜라미범양냉방·신성엔지니어링·센추리 등 냉방공조 기업을 인수하며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했다. 2023년 말 귀뚜라미그룹 매출 가운데 냉방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41%에 달했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귀뚜라미가 냉방 기업을 인수하던 시기 경동나비엔은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경동나비엔은 2006년 미국법인을 세우고 온수기를 본격 수출했다. 2023년 북미 지역 매출은 6609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3269억원)의 49.8%다. 올해도 현지 맞춤형 신제품을 중심으로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오는 3월 생활환경솔루션 브랜드 ‘나비엔 매직’이 출범하는 만큼 주방가전 분야 매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5월 SK매직의 가스·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영업권을 인수해 관련 제품군을 강화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주방가전과 환기시스템을 잇는 실내 공기 질 관리 솔루션으로 2028년 내수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2023년 말 기준 회사의 내수 매출은 3897억원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