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지정땐…"4조 내수진작" vs "8조 생산감소"

내수 얼어붙자 또 임시공휴일 카드… 효과는 '글쎄'

여행·유통업계 '환영'
고환율에 여객기 사고 여파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소비 늘듯
대형마트·편의점도 '휴일특수'

기업 생산·수출엔 '악영향'
경총 "평일 하루 휴일로 지정땐
연 28조 생산줄고 임금 4.3조 쑥"
해외여행 수요만 늘린단 지적도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전통시장. 연합뉴스
화장품 제조자 개발생산(ODM) 업체인 C사 대표는 설 연휴 전날인 이달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다는 소식을 듣자 한숨부터 나왔다. ‘K뷰티’ 특수로 해외 주문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공휴일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C사 대표는 “가뜩이나 설 명절 때문에 영업일수가 줄어서 생산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임시공휴일로 연휴가 길어져 제품 생산과 출하가 쉽지 않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털어놨다.

정부와 여당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경제 안정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설 연휴 전날인 이달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계엄과 탄핵 정국 및 항공기 참사 등 악재가 겹치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임시공휴일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경제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중견·중소기업들은 영업 일수 감소에 따른 생산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장기간 연휴로 국내 소비 대신 해외여행 수요만 촉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례적으로 휴일 신속 확정

정부는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이례적으로 긴박하게 진행됐다. 통상 임시공휴일은 약 한 달 전에 국무회의를 열어 확정한다. 이번엔 불과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공휴일 논의가 이뤄졌다. 당초 정부와 대통령실은 이달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작년 11월부터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이어 지난달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까지 터지자 서랍 속에 들어있던 임시공휴일 카드가 다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27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면 설 연휴 엿새간 쉴 수 있다. 금요일인 31일 연차를 쓰면 일요일인 다음 달 2일까지 최장 9일간 연휴가 이어진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해 정부나 국책연구원이 분석한 공식 자료는 없다. 민간 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 효과에 대해 생산 유발액 4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63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하루 소비 지출은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영세 자영업자들은 반발

여행·유통업계는 임시공휴일을 환영하고 있다. 고공행진 하는 원·달러 환율과 무안 공항 여객기 사고 여파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아울렛은 연휴 매출이 평일 대비 2~3배 높다”며 “대형몰과 교외 아울렛이 큰 수혜를 입을 수 있고 편의점도 국내 관광지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휴일 매출이 많은 대형마트, 편의점 등도 임시공휴일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조업일수 감수가 전(全)산업생산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3년 당시 대체공휴일을 3.3일 지정할 경우 연간 28조1000억원의 생산 감소와 4조3000억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휴일 일하는 근로자에게 통상임금의 150%에 달하는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비용도 기업들엔 부담이다.

경기 화성의 선반 제작업체 P사는 내달 5일 납기를 앞두고 하루가 아쉬운 판에 휴무일이 더 늘어나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이 회사 대표는 “임시공휴일엔 4시간만 공장을 돌리려 하는데 평일 인건비의 2배인 특근비를 줘야 한다”며 “이런 날은 근로자들의 생산성도 떨어져 이래저래 손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경기 성남의 한 초밥집 점주는 “이번처럼 연휴가 길게 이어지면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정선 선임기자/안재광/강경민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