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 "美증시 단기 급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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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낙관론 경계" 강조‘닷컴버블’ 붕괴를 예측한 월가 투자자로 유명한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사진)이 미국 증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우려하며 단기간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S&P500 PER 22배 고평가
항후 10년 年2% 수익 그칠 수도
전체 시총서 M7 비중 너무 커져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막스 회장은 지난 2일 투자자 메모에서 “투자자들이 지나친 미 증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식 시장이 거품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경고 신호가 감지된다”며 “단기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낮은 수익률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막스 회장은 “현재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에 달한다”며 이는 역사적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높은 PER는 역사적으로 낮은 장기 수익률로 이어졌다”며 “S&P500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2~2% 사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단기간에 조정될 경우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 당시와 비슷한 급격한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막스 회장은 닷컴버블을 정확히 예측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 주가가) 급등한 기업 대부분이 닷컴버블 이후 사라졌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언제나 가격 책정의 오류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을 우려하며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불리는 거대 기술 기업은 ‘실패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런 인식은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메타 등 M7 주가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려 지난해 말 S&P500 시가총액의 33%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5년 전 점유율의 두 배 수준이다. 이를 두고 막스 회장은 2000년대 닷컴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 상위 7개 주식의 점유율은 22%였다고 했다. 그는 “S&P500 상승 흐름이 기업가치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수동적 투자자의 자동 매수에서 비롯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막스 회장은 1990년대부터 이 같은 투자자 메모를 작성해 왔고, 월가에선 이를 필독 자료로 꼽는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막스 회장의 메모를 정기적으로 읽는다고 밝혔다. 오크트리캐피털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205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