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램지' 손길 집에서 맛보는 'AI 도구' 나온다 [CES 2025]

이스라엘 스파이서, AI 파우딩 개발
AI 커피 블렌딩, 스마트요가매트도 주목
"AI, 정보 전달자 넘어 친구나 연인으로 거듭"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파이서(Spicerr)의 토머 에든(Tomer Eden) 대표. 사진=원종환 기자
“고든램지의 시즈닝을 본인 입맛에 맞게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습니다.”

8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만난 토머 에든(Tomer Eden) 스파이서(Spicerr) 대표는 “인공지능(AI) 파우더를 활용해 후추와 소금, 파프리카 등 6개 가루를 황금 비율로 배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스파이서가 만든 AI 파우더는 스크램블에그나 베이컨 등 50여 가지 음식에 최적화한 시즈닝 레시피를 제공한다. 파우더와 연동한 앱으로 특정 가루의 양을 조절해 기호에 맞게 시즈닝을 조절할 수 있다. 축적된 레시피로 AI가 맞춤화 시즈닝을 제안하기도 한다.
스파이서(Spicerr)의 AI 파우더

AI로 맛보고, 듣고, 즐기고

스파이서는 AI로 여가 시간이 늘어난 인류가 또다시 AI를 활용해 즐길거리를 배로 누리는 가까운 미래의 한 단면이다. 올해 CES에선 개개인에 맞춤화한 AI가 오감을 자극해 폭깊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혁신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베네티아호텔 유레카관 일본부스에 자리잡은 스타트업 미하타마(Mihatama)는 현장 부스에서 5가지 원두가 따로 담긴 블렌딩 기계를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가 기계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열자 산미, 쓴맛, 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오각형 그래프가 튀어나왔다.
일본 스타트업 미하타마(Mihatama)가 AI블렌딩 기계를 시연하고 있다
원하는 설정값에 맞춰 기계가 커피 원두를 가루로 섞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초. 회사 관계자는 “AI가 각기 다른 통에 담긴 커피를 인식한 뒤 블렌딩을 내리는 방식”이라며 “개개인마다 가장 좋아하는 취향의 커피를 기본값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레카관 깊숙히 5분 남짓 걸어가자 국내 스타트업 스트라(STRA)는 K팝 아이돌 포토카드를 나눠주며 AI 뮤직 플랫폼 코다(Coda)를 소개하고 있었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의 목소리를 90초 가량 녹음한 뒤 원하는 K팝을 고르면 AI가 직접 부른 듯한 퀄리티로 노래를 만들어 준다. 10여개국 14만 명이 사용해 현재까지 약 2만 6000곡을 만들었다. 김용호 대표는 “이 기술을 응용해 한국어 영상을 중국어나 영어로 더빙하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며 “성우 고용이 부담스러운 크리에이터를 주 대상”이라고 말했다.

'취미 허들'도 낮춘 AI

일본 스타트업 욕토(Yocto)의 스마트요가매트
또다른 일본 스타트업 욕토(Yocto)는 혼자서도 손쉽게 요가를 배울 수 있는 스마트요가매트를 공개했다. 기자가 한 손으로 매트를 힘껏 누르자 연동된 타블렛에서 누른 부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회사 관계자는 “매트에 탑재된 센서가 힘의 세기에 반응해 결과값을 색으로 보여준다”며 “압력의 편차가 심하면 빨간빛을 띄지만 고르면 초록빛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혼자 요가를 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 불안정한 자세를 스스로 고쳐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사용자 정보를 인식한 AI가 개개인이 자세를 교정하는 과제를 알려주는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 미코(Miko)는 AI를 탑재해 스스로 말이 움직이는 체스판을 공개했다. 딥러닝을 통해 체스 경기를 학습한 이 체스판은 초심자부터 프로 선수까지 난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체스말을 옮긴 경로를 따라 점멸등이 켜져 한수한수를 복기하는 것도 간편하다. 매 수마다 최선의 수를 보여주거나 누가 우세한 지 흐름을 분석해 보여주기도 한다.

국내 스타트업 오노마에이아이는 초보자도 웹툰을 그릴 수 있는 AI 플랫폼 투툰을 선보였다. 챗GPT처럼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에 걸맞는 웹툰 캐릭터와 시놉시스, 옷·배경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냈다. 스케치 수준의 그림을 입력하면 구도에 맞춰 캐릭터를 그려내는 것도 가능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2년 연속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 AI가 인간의 친구나 연인이 될 수 있는 기술도 엿보였다. 미국 스타트업 톰봇(Tombot)의 AI로봇 반려견 제니가 한 사례다. 실제 동물의 행동 패턴을 학습한 이 로봇은 ‘앉아’ ‘일어서’ 등의 명령에 반응해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다. 일본 벤처기업 믹시(Mixi)가 만든 AI 대화로봇 로미(Romi)는 50여 가지 표정을 지으며 사람과 자유자재로 대화한다. 회사 관계자는 “AI가 정보 전달자를 넘어 인간의 친구나 연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로미의 핵심 가치”라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원종환/김채연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