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아시아나의 교훈도 무용지물…30년만에 되풀이된 계기착륙시설 참사

66명 사망자 낸 '아시아나여객기 추락사고'도
계기착륙시설 때문에 참사 커져
업계 관계자들 "같은 실수 반복한 셈"
1993년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군인들이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위쪽 사진) 무안 제주항공 사고 이후 기체의 꼬리 부분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아랫쪽 사진)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1993년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똑같이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6명의 사망자를 낸 해당 사고는 계기착륙시설 미설치와 악천후 등이 겹쳐 발생했던 최악의 참사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고의 여파로 무안국제공항이 대체공항으로 지어졌음에도 안전 의식의 부재로 31년만에 계기착륙시설에 대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무안국제공항은 목포공항의 대체지로 지어진 공항으로, 2007년 11월 개항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무안공항 건설이 공식화됐고,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첫 삽을 떴다.전남 일대 목포 공항이 자리잡고 있었음에도 인근 무안에 공항이 지어진 건 1993년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93년 김포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733 항공기가 악천후 속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목포공항 인근 야산에 추락해 탑승자 다수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악천후 속 전남 해남군 화원면 야산에 기체 충돌했고, 탑승 인원 127명 중 66명이 사망했다. 이후 호남권에 신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사고 당시 악천후와 계기착륙시설 등 공항시설의 부족, 기장의 무리한 착륙 시도 등이 참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그 중에서도 계기착륙시설의 미설치로 조종사의 판단 오류가 발생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기착륙시설이 설치돼 있을 경우 육안으로 직접 비행을 하지 않고 방위각시설, 활공각시설, 표지시설 등의 도움으로 악천후에서 전방 시야가 심각히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착륙이 가능하다. 당시 항공 관계자들은 해당 사고에 대해 "사고 당시 목포공항 일대의 시정거리가 2600m였던 점을 비춰볼 때 계기착륙시설만 있었다면 해당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이 때문에 사고 이후 목포공항엔 급히 계기착륙시설 등 항행안전시설을 갖췄지만 결국 폐항까지 이어졌다. 현재 목포공항은 군공항으로만 사용중이다. 목포 공항 폐항 이후 몇달 지나지 않아 무안공항이 개항됐고, 이내 전남 서부권의 주요 공항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이번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서도 계기착륙시설이 문제가 되면서 사실상 같은 사고가 반복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무안공항 내 해당 계기착륙시설들은 2000년대 초부터 지어지기 시작했고, 2004년 준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둔덕’은 이때부터 있었던 걸로 확인됐다.

목포사고의 교훈을 뼈저리게 되새김질하지 못한 게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불렀다는 점에서 더 안타까운 사고였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많은 희생자를 낸 이후 대체로 지어진 무안공항은 최소한 계기착륙시설 때문에 사고가 났으면 안됐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