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2부 강등이 보약됐죠…이제 PGA 우승으로 돌격"

인터뷰 - 2024년 최고의 한 해 보낸 안병훈

3년 전 콘페리투어로 내려가
루틴부터 스윙까지 전부 바꿔
세계랭킹 230위에서 25위로

작년엔 파리올림픽 출전하고
韓서 제네시스챔피언십 우승
안병훈이 지난 3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센트리 2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로로 데뷔하며 꿈꾼 거의 모든 것을 이뤘다. 태극마크를 달고 파리올림픽에 나섰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위 30인만 초청받는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출전했다. 2024년을 돌아보는 안병훈(33)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가득한 이유다.

안병훈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시즌 마지막 대회(DP월드투어 제네시스챔피언십)를, 그것도 한국에서 우승하며 마무리까지 완벽히 했다”며 “올해는 PGA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일단 결정하면 돌아보지 않는 스타일”

안병훈이 지난해 10월 2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어머니 자오즈민을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KPGA 제공
안병훈은 최근 2년 사이 PGA투어에서 가장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선수 중 한 명이다. 2011년 프로로 데뷔해 2016년 본격적으로 PGA투어에서 활동했다. 2021년 최악의 부진을 겪고 콘페리투어(2부)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1년 만에 돌아와 2년 만에 PGA투어 강자로 자리 잡았다. 2023년 PGA투어 복귀 당시 그의 세계랭킹은 230위, 하지만 9일 기준 2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안병훈은 “2021년 콘페리투어로 향하면서 스윙코치와 루틴, 모든 걸 바꿨다”며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한 번은 더 잘 치고 싶다는 마음에 변화를 감행했다”고 돌아봤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고치는 그의 모습에 불안하기도 했으련만, 가족들은 조용히 응원을 보냈다. 그는 “일단 결정하면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며 “헤매는 시간도 있었지만 저 자신과 코치(타이거 우즈의 전 스승인 숀 폴리)를 믿고 앞으로 달렸다”고 말했다.멘털은 더 단단해졌다. 직전 대회보다 1, 2타만 더 줄이는 데 집중했다. 그는 “콘페리투어에 가는 것은 골프선수에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민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같은 배부른 고민”이라며 “골프선수라면 한 번씩 겪는 위기를 아내와 팀, 가족 덕분에 잘 이겨냈다”고 겸손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국내 골프팬에게 골퍼 안병훈의 매력을 각인한 무대였다. 시원한 장타에 스윙 전 루틴이 거의 없다시피 한 거침없는 플레이에 찬사가 이어졌다. 안병훈은 PGA투어에서도 플레이가 빠른 선수로 꼽힌다. 그는 “거리가 좀 나가는 편이라 제 샷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좀 있다. 그동안 샷을 점검하고 제 차례가 되면 곧바로 친다”고 말했다. 한번 결정하면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그의 성격이 녹아 있는 플레이인 셈이다.

DP월드투어 BMW챔피언십 이후 9년 만에 우승이 확정된 뒤 어머니, 할머니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남겼다. 그는 “2005년부터 결혼하기 전인 2018년까지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신 할머니, 저를 위해 희생하며 뒷바라지해준 어머니를 보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쑥스러워했다. 안병훈은 우승 부상으로 받은 제네시스 G80 전기차를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선물했다. 그는 “2년 전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제네시스 GV80을 선물해서 만족스럽게 타고 있다”며 “아버지와 할머니께 좋은 선물을 드리게 돼 행복했다”고 웃었다.

○1.3m 퍼트로 놓친 소니오픈 설욕전

올해로 PGA투어 10년 차, 안병훈은 또 하나의 커리어 하이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일 막 내린 센트리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고, 9일(현지시간)부터는 미국 하와이에서 시작한 소니오픈에 출격한다. 지난해 이 대회 연장전에서 1.3m 버디퍼트에 실패해 눈앞에서 투어 첫 승을 놓친 뼈아픈 기억이 있는 무대인 만큼 올해는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좋은 성과를 많이 이뤘지만 올해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시작하려고 해요. PGA투어 첫 승을 반드시 해내고 싶고 올해도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 팬 앞에서 제네시스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도 꼭 해내고 싶습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