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흑자' LG엔솔도 눈물…배터리 3社 첫 동반적자 유력

작년 4분기 영업적자 2255억
세액공제 제외 땐 6028억 손실
삼성SDI·SK온도 캐즘 직격탄

올 업황 비관적…비상경영 체제
국내 배터리 업계 ‘대장’ 격인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냈다. 전기차 판매 둔화의 골이 깊어지며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재고가 쌓이면서 글로벌 배터리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진 여파다. 조만간 실적을 발표할 삼성SDI, SK온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3사 체제가 출범한 이후 이들 기업이 동반 적자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에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적자 2255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9.4%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수령한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3773억원을 제외하면 6028억원의 적자를 낸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기 적자를 낸 건 2021년 3분기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 EV’ 리콜에 따른 충당금을 설정한 이후 3년여 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 둔화가 계속될 때도 AMPC로 적자를 보전하며 꾸준히 흑자를 내왔다. 지난해 4분기엔 미국에선 주요 고객사인 GM, 유럽에선 폭스바겐 등 현지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하고, 중국에선 테슬라 전기차 재고가 쌓이는 등 악재가 겹쳤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주가 탄력을 받고 있지만, 2026년부터 공급되는 탓에 적자 전환을 막지 못했다.

증권사들은 삼성SDI 역시 지난해 4분기 1000억~2000억원, SK온은 2000억~3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SDI는 자사 배터리가 들어간 스텔란티스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1만9000대가 리콜되고, 불용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충당금을 1000억원 이상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분기 적자를 내면 2017년 1분기 이후 8년여 만이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 24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당시엔 일회성 요인으로 2115억원이 추가된 터라 4분기엔 업황 둔화로 다시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올해 업황도 비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전기차 보조금(대당 7500달러)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유럽 각국에서도 중국 전기차를 막기 위해 지원책을 폐지하는 추세여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역시 지난해 11월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배터리 업황은 2025년까지 어렵고, 2026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