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모은 신동빈 "강력한 쇄신 작업 돌입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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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동성 위기설 후 첫 회의“대내외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강력한 쇄신 작업에 돌입해달라.”
"핵심 사업 본원적 경쟁력 강화
혁신과 차별화된 가치 고민하자"
경영진 80여명과 4시간 회의
CES 하루 만에 VCM 참석
신유열 부사장 광폭 행보 눈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올해 첫 가치창조회의(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서 각 사업군 및 계열사 대표들에게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신년사에 이어 VCM에서도 ‘강력한 쇄신’을 핵심 키워드로 꺼내 들었다.매년 상·하반기에 열리는 VCM은 신 회장을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사업군별 대표, 계열사 사장 등 80여 명이 모두 참석하는 행사다. 이번 회의는 특히 지난해 말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열린 만큼 유통·화학·제과·호텔 등 핵심 사업군별 재무 건전성 강화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만의 가치 고민해달라”
신 회장은 VCM에서 “핵심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롯데가 제시할 수 있는 혁신과 차별화된 가치를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큰 변화 속에서 우리가 혁신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이날 4시간가량 이어진 회의는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VCM에 참석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에 도착한 대표들은 대부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한 참석자는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진지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이뤄졌다”고 했다.롯데그룹의 긴장감이 높아진 건 지난해 말 불거졌던 유동성 위기설과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작년 말 지라시(사설 정보지)에서 시작한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치렀다. 대부분 근거 없는 내용이었지만 롯데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졌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2조원대 회사채 조기상환 리스크를 해소하고 호텔·면세점 등도 비핵심 자산 매각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비핵심 자산 매각 이어질 듯
하지만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 분야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7516억원의 손실을 냈다. 1년 전(3477억원 손실)보다 4000억원 이상 적자폭이 확대됐다. 업계에선 중국발(發) 저가 공세 등으로 올해에도 석유화학 업황 침체는 쉽게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웰푸드도 소비심리 악화,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매출과 수익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신 회장은 위기를 타파할 방법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지난해 호텔롯데는 ‘알짜 자산’인 롯데렌탈을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약 1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올해에는 호텔·면세점 등의 일부 자산 매각 작업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모습을 드러낸 지 하루 만에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