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최대 복병은 국정혼란·美관세"
입력
수정
지면A4
S&P·무디스 이메일 인터뷰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잇달아 한국 경제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안으로는 탄핵과 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안이, 밖으로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의 ‘내우외환’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면 대외 신인도와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엔진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잠재성장률 2→1.9% 하락 점쳐
테크산업 성숙단계 접어든데다
트럼프 20% 보편관세 현실화땐
한국수출 증가세 둔화는 불보듯
얼어붙은 내수·커진 하방압력에
한은 올해 스몰컷 3번 단행 예상
○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
아누슈카 샤 무디스 신용평가부문 부사장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탄핵 사태 이후의 ‘국정 혼란’을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한국의 탄핵 사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국회는 탄핵과 관련한 사법적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실질적인 정책 논의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혼란이 정부의 경제 위기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샤 부사장은 “다만 강력한 법치주의가 신속한 의사 결정을 지속해서 뒷받침하고 있다”며 “통화 및 재정정책을 포함한 다른 제도적 기능이 여전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다만 정치적 불안에서 비롯한 경제 혼란이 길어지면 한국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한국 정부도 대외 신인도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막대한 경제 충격으로 이어지는 것도 있지만 한번 떨어진 신용등급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 둔화하는 수출 증가율
문제는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외교·통상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탄핵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루이스 쿠이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이날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미국 경제와 금융 정책’을 지목했다. 그는 “이는 직접적으로, 그리고 중국 및 기타 주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미국 신정부의 대표적 정책 변화는 ‘관세 장벽’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쿠이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무역 관세 조치를 강화하면 중국 성장률이 약화되고, 이는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직접 관세를 물릴 경우 수출에 큰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반도체를 비롯한 테크산업의 경기 사이클 또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수출 증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했다.올해 한국 수출 전망과 관련해서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수출액 예상치는 6940억달러로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8.2%)에 비해 크게 둔화한 수치다.
○ 약해지는 성장 엔진
쿠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급격히 얼어붙은 내수와 하방 압력이 커진 경제성장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2022년 11월(86.6) 후 2년1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쿠이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엔진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 잠재성장률이 평균 2%를 기록하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는 1.9%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허세민/박상용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