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죽쑨다더니…獨증시는 고공행진

4개월간 11% 상승

주춤한 글로벌 증시서 약진
대장주 지멘스 1년새 320% 급등
수출기업이 증시 상승세 이끌어

'KOSEF 독일DAX' 수익률 25%
獨기업 담은 국내펀드 성적 우수
독일 증시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상승률이 유로스톡스50지수의 두 배에 달했고, MSCI 선진국지수 상승률도 넘어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가 순항하면서 수출 비중이 큰 독일 기업의 이익이 개선된 영향이다.

○고공 행진하는 독일 DAX지수

독일 DAX지수는 8일(현지시간) 20,329.9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상승률이 21.36%에 이른다. 같은 기간 유로스톡스50지수(10.47%)와 MSCI 선진국지수(17.79%)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은 성과다. 미국 S&P500지수(24.08%)와의 상승률 차이는 2.72%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지수는 지난달 3일 사상 처음으로 20,000을 넘기도 했다.

에너지, 군수산업 등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종목이 많다. 발전 및 송전 시설을 생산하는 지멘스에너지AG는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320.83% 올랐다. 군수업체 라인메탈과 MTU에어로엔진스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각각 128.56%, 67.54% 올랐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SAP(77.69%), 은행 코메르츠방크(55.48%) 등도 최근 두각을 나타낸 종목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증권사 계좌를 통하면 독일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독일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순항하고 있다. ‘KOSEF 독일DAX’ 상장지수펀드(ETF)와 ‘베어링독일 펀드[UH]’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25.98%, 22.19%다. 독일 종목 비중이 39.7%에 달하는 ‘KB스타유로인덱스 펀드’도 같은 기간 14.5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출 순항에 정부 부양책 기대도

독일 경제는 2023~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추정될 정도로 침체돼 있다. 하지만 독일 기업은 이익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글로벌 경기 호조로 증시가 순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지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DAX지수 편입 기업은 이익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프트웨어 기업이 세계적으로 호황기에 접어들었는데, 독일 산업에서 이 분야 비중이 큰 게 증시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에도 내수주를 제외하고 수출 비중이 큰 분야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 헌법이 정한 ‘채무 제동 규정’이 완화될 수 있는 점도 독일 증시에 호재다. 독일은 1·2차 세계대전 때 하이퍼인플레이션(통상적 수준을 벗어난 물가 상승)을 겪은 뒤 국내총생산(GDP)의 0.35%까지만 신규 정부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최근 이 조항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독일 정치권의 최근 역학에 비춰보면 이 조항 개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독일 증시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편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면 유럽 국가 중 독일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국가의 경기 및 정책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이 지역 투자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