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거래 1년째, 금지한 금융당국

한국, 비트코인 ETF '외딴 섬'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역대급 흥행’을 거두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1년째 이를 거래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는 길도 막혀 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산업 정책 수립과 인프라 개선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작년 1월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해외 증시에 상장한 ETF 투자 자체를 금지한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비트코인 현물 ETF를 발행하거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이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대로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와 상장이 모두 막혀 있다. 작년 11월 금융위 법정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가 출범했지만 당국은 법인의 가상자산 실명계좌 단계적 허용을 1순위로 검토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규제와 가상자산업권법 제정 등 다른 과제도 산적해 있다. 금융위는 전날 업무보고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시스템 안정과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완비한 다음 허용한다’는 보수적 입장을 유지했다.

그사이 미국에 이어 홍콩에서도 암호화폐 현물 ETF를 출시했다. 글로벌 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이 국내 금융사들은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블랙록이 1년간 비트코인 현물 ETF로 벌어들인 수수료 이익은 1억1200만달러(약 1635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당장 국내에 암호화폐 현물 ETF를 출시하기엔 제도와 인프라가 여전히 미비하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기 위해선 은행 등 수탁회사가 법인 계좌를 통해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하지만 현재는 계좌 개설 자체가 막혀 있다.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