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는 수도권 쏠림 막을 유일한 보루"

전문가 "국가안보 직결"
"이제 제조업은 국가 전략자산
인프라 확충, 청년 이탈 막아야
펀드 수익 불려 창업 생태계 유지"
“제조업은 국가 전략자산이고, 산업도시는 수도권 쏠림을 막을 유일한 보루입니다.”

전문가들은 산업도시의 경쟁력과 제조업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유지하는 일이 국가 안보 및 지속가능한 성장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양승호 경남대 교수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북유럽도 어떻게든 제조업을 사수하려 하고, 한동안 서비스와 금융 산업 위주로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미국도 리쇼어링(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자국 회귀)과 제조 스타트업 창출에 혈안이 돼 있다”며 “제조업 자체가 국가 전략자산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5년간 국내 대기업 조선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현장형 학자인 그는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 제조업과 산업도시 붕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왔다. 양 교수는 메모리 시장에서 후발주자들과 초격차를 벌여왔던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고전하는 사례를 들어 “한국에 있어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유효기간이 따로 없이 계속해서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과 같이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산업도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쏠림현상이 심각해 지면서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의 연애·결혼·출산 등 생애주기가 점점 지연되고 있다”며 “산업도시의 인구 유출을 저지하는 것은 수도권 쏠림현상을 막는 유일한 보루”라고 말했다.

박성진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이 대학과 함께 기술 개발부터 창업까지 모든 주기를 지원하는 ‘포스코·포스텍 모델’을 전국 주요 산업도시들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포스코는 2019년부터 총 1조원을 출자해 민간 자금 공동으로 대규모 펀드를 만들고, 유망 기업에 투자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대기업과 벤처기업, 대학을 넘나들며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앞장서 온 박 교수는 “펀드의 수익금을 재투자해 규모를 불러나가는 방식으로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지역 경제와 지역 기업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우경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연구센터 소장은 “기회발전특구 같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계획 특구를 성공시킴으로써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체감형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정영효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