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특검 추천' 野수정안에…與 "수사범위 무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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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특검안 시작부터 난항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9일 대법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을 수사할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는 ‘내란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다. 첫 번째 내란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폐기된지 하루 만이다. 여권이 독소조항으로 지목한 특검 추천 부분을 수정해 여당의 이탈표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지만 국민의힘은 “법률안으로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주진우 법률위원장)이라고 깎아내렸다.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와 국민의힘 측에서 기존 특검법안에 대해 제기한 우려가 대부분 해소된 특검안을 마련했다”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법을 수정했다”고 했다.재발의한 수정안의 핵심은 야당이 독점했던 특검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준 것이다. 대법원장이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들 중 한 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보는 조항은 첫 번째 특검법안과 동일하다. 특검 수사 인력은 205명에서 155명으로 축소하고, 수사 기간도 170일에서 150일로 20일 줄어들었다. 다만 사실상 ‘별건 수사’가 가능하도록 수사 범위를 설정한 부분은 큰 틀에서 유지시켰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외환 유치 행위’를 수사 대상에 추가됐다. 야권은 “윤 정부가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군사 공격을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野 후보자 2명 추천'은 포기
'연장자 자동임명' 조항은 유지
수사기간·인력 축소, 비토권 삭제
尹 정부 '외환 행위' 새로 추가
與 "민주 산하 검찰청 만드는 꼴
이미 결론 예단해 독립성 침해"
야당은 이 같은 내용의 특검법안이 당초 정부·여당에서 제기한 우려를 반영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31일 첫 번째 내란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지적한 ‘야당 추천권 독점에 따른 권력분립 위반 소지’ ‘국가안보 등 위해 가능성’을 반영해 수정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오늘이라도 여당이 특검법안을 발의하면 얼마든지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며 “논의를 늦추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번 내란 특검법안은 발의 명단을 가리고 보면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내란 특검법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라고 했다.한편 국민의힘은 내주 중 의원총회를 열어 자체 특검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날 야당안(案)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진우 법률위원장은 “특검법은 기존 수사체계의 예외적 제도이므로, 수사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것이 핵심인데 수사 범위가 무한정인 법안”이라고 했다. 주 위원장은 “사실상 모든 수사가 가능해져 민주당 산하에 검찰청을 새로 만드는 꼴”이라며 “수사 대상에 이미 결론을 예단하고 있어 특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고도 했다.
다만, 논의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니라는 평가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법 틀 안에서 특검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입법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부결 법안에서 독소조항을 걷어내는 논의 역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의 특검법안에 대해 “국민의힘도 법안을 준비 중이니 비교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아직 보지 못했으니 살펴보겠다”고 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