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극복 주역 '쓰리최'…17년 만에 의기투합 [관가 포커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왼쪽),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를 접견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년 7월 펴낸 회고록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서문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등장한다. “2008년 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최중경 차관 (중략) 최종구 국제금융국장 (중략) 최상목 정책보좌관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담긴 회고록에서 동고동락한 세 명에게 감사를 전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재부의 최전선 라인업은 강 장관을 비롯해 최중경 기재부 1차관(행시 22회)·최종구 국제금융국장(행시 25회)이었다. 두 명 모두 외환·금융 분야의 베테랑이었다. 여기에 최상목 정책보좌관(행시 29회)이 힘을 보탰다. 정책보좌관 임명 직전 금융정책과장을 지냈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 위기 극복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당시에도 기재부의 최고 에이스로 불렸던 이른바 ‘쓰리최’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최중경 1차관은 이후 MB정부에서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과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강단 있는 일 처리로 관료 시절 ‘최틀러(최중경+히틀러)’로 불렸다.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을 지낸 후 문재인 정부 첫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한국공인회계사회장(2016~2020년)을 지냈던 최중경 전 장관과 각종 행사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최 전 위원장은 2022년부터 율곡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상목 정책보좌관은 박근혜 정부 때 기재부 1차관을 지낸 후 문재인 정부에선 칩거하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 정부 첫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작년 말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기재부의 ‘쓰리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17년 만에 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최 권한대행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중경 전 장관 및 최종구 전 위원장과 접견했다. 최중경 전 장관은 국제투자협력대사로, 최종구 전 위원장은 국제금융협력대사 자격으로 만난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6일 최중경 전 장관을 국제투자협력대사로 임명했다. 이에 앞서 최종구 전 위원장은 탄핵 정국 속 경제·금융 외교를 전담할 국제금융협력대사로 지난달 임명됐다. 두 명 모두 대외직명대사다. 대외직명대사는 각 분야 전문성과 인지도를 겸비한 인사에게 대사의 대외직명을 부여해 정부 외교활동에 활용하는 제도다. 임기는 1년이다.

사상 초유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최상목 권한대행이 두 명의 ‘베테랑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중경 전 장관과 최종구 전 위원장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합심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최 권한대행의 요청에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왼쪽),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최 권한대행과 최중경 대사, 최종구 대사는 이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한 경제외교 활동 계획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접견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 대외 신인도 유지를 위한 경제외교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권한대행은 최중경 대사에게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인 외국인 투자 모멘텀 유지 및 확대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건의사항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당부했다. 최종구 대사에게는 미국 신정부 출범 계기로 주요 인사 면담과 한국경제설명회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한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 및 정부 대응 능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해 주기를 당부했다.

최중경 대사와 최종구 대사는 “국제 사회에 한국 경제 상황과 정책을 알리는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경제 외교 활동을 개진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