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음식이 싱겁네"…소금 대신 쓰는 '기똥찬 숟가락' 공개 [영상]

CES, 기업들 이색가전 쏟아내
뜨거운 음식 식히는 고양이에
짠맛 더하는 전기 숟가락 등장
기상천외한 가전제품엔 혹평도
웨어러블(착용형) 스타트업 할리데이가 개발한 '스마트 안경'. 영상=할리데이 유튜브 채널 갈무리
노트북 화면이 손짓 한 번에 50% 가까이 크기를 늘린다. 노트북 키패드 아래에 숨겨져 있던 디스플레이 패널이 위로 올라오면서 더 큰 화면을 볼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최대 PC 제조업체인 중국의 레노버가 공개한 세계 최초 롤러블 노트북 '6세대 씽크북 플러스'다.

이 노트북에 쓰인 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제품이다. 화면을 확장할 때 일어나는 소음, 3499달러(약 511만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나타나는 주름 등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는 평가다. 전 세계 기술 혁신 사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상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는 이 같은 이색가전들이 쏟아져 나왔다.
레노버가 선보인 세계 최초로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노트북 '씽크북 플러스 6세대'. 영상=씨넷
9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이번 CES에선 기상천외한 신제품이 대거 공개됐다.

유카이엔지니어링이 선보인 소형 로봇 고양이 '네코지타 후후'는 일상에서 흔히 쓸 수 있는 소소한 기능을 갖췄다. 이 로봇은 뜨거운 커피나 차, 국물 요리를 향해 바람을 불어 식혀준다. 그릇이나 컵에 부착하면 알고리즘에 따라 일정한 주기로 공기를 불어주는 것이다. 개발자는 아이에게 먹일 갓 끓인 음식을 쉽게 식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 로봇을 개발했다.
유카이엔지니어링이 개발한 로봇 고양이 '네코지타 후후'. 사진=유카이엔지니어링 홈페이지 갈무리
'기린맥주'로 유명한 기린홀딩스는 소금을 더 넣지 않아도 짠맛을 나게 만드는 '전자 숟가락'을 공개했다. 이 숟가락은 약한 전류를 사용해 음식 속 나트륨 이온 분자를 농축시킨다. 이를 통해 저염 식품에 감칠맛과 짠맛을 더해준다.

캣타워로 아파트 내부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도 있다. LG전자는 공기청정기와 캣타워를 결합한 '에어로캣'을 전시했다. 이 제품은 앞서 지난해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도 소개됐다. 고양이의 체중과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능도 있어 '로봇 집사'로도 불린다.
기린홀딩스가 개발한 '전자 숟가락' 전시공간. 사진=테크크런치 홈페이지 갈무리
실시간 번역 결과를 눈앞에 띄워 보여주는 '스마트 안경'도 있다. 웨어러블(착용형) 스타트업 할리데이는 40개 언어를 실시간 번역하는 스마트 안경을 선보였다. 이 안경은 음성·텍스트 변환, 실시간 내비게이션, 전화 알림, 일정 안내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가장 큰 특징은 안경 렌즈에 화면을 투사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 안경테에 3.5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사용자만 화면을 볼 수 있도록 제작됐다. 무거울 법도 하지만 무게는 35g에 불과하다.

반면 혹평을 받는 이색가전도 적지 않았다. 드레오가 내놓은 AI 기반의 에어프라이어 '셰프메이커2'가 그 중 하나다. 이 제품은 요리책을 스캔해 레시피를 추출하고 조리 시간과 온도를 계산하는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테크크런치는 "요리책 스캔이 에어프라이어 구매자가 요구하는 기능이었을까"라고 반문했다.

향신료를 레시피에 맞게 뿌려주는 AI 기반 푸드테크 기기 '스파이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제품으로 꼽힌다. 이 제품은 AI가 레시피에 따라 필요한 양을 인식해 6개 캡슐에 각각 들어있는 향신료를 알맞게 활용한다. 최적의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실제로 유용하게 쓰일지 불투명하다는 견해도 있다.
AI 기반 푸드테크 기기 '스파이서'. 영상=테크크런치 홈페이지 갈무리
가전은 아니지만 호평과 혹평 사이를 오가는 전시작도 있다. 레이저에서 내놓은 게이머 전용 AI 코파일럿 '프로젝트 아바(AVA)'다. 아바는 AI 기반의 게임 보조 장치로 '실시간 e스포츠 코치'라고 생각하면 쉽다. 게임 전 회의나 플레이 도중 조언, 종료 후 분석 등을 지원한다. 이 또한 실제 게이머들에게 필요로 한 기능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CES는 현실 세계의 'AI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2025년이 됐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AI가 무엇에 유용한지 모르는 것 같다"며 "CES의 특이한 AI 제품들은 업계의 억제되지 않은 과도한 홍보의 결과"라고 평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