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도 아니라고?"…단종제품 살려낸 '숨은 주역' 알고 보니

"어릴 때 많이 먹었는데"
사라진 제품도 부활시키는 '추억의 맛'
소비자 요청에 단종 제품 재출시 사례 잇따라
2022년 포켓몬빵 재출시 당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앞에서 '오픈런' 하는 모습. / 사진=한경 DB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12년 만에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재출시했다. 1993년 나왔다가 2012년 단종됐는데 다시 맛보고 싶다는 소비자 요구가 잇따랐다. ‘보이슈머’(Voisumer·목소리 내는 소비자) 요청에 회사 측이 화답해 부활시킨 것이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레트로(복고) 트렌드와 맞물려 단종된 추억의 제품을 소비자 니즈가 확인돼 재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노스 바나나우유(235ml)는 유(乳)업체 제품 특성을 살려 국산 원유 함량(86%)이 높다. 서울우유는 “신선하고 진한 우유의 맛을 즐길 수 있고 바나나 과즙이 더해져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용기는 1990년대 디자인을 재해석해 소비자 향수를 자극하면서 새로움을 더했다. 회사 관계자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꾸준히 찾는 소비자들 목소리를 반영해 재출시를 결정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단종 제품을 16년 만에 재출시해 ‘대박’을 친 SPC삼립의 포켓몬스터빵 이후 식품업계는 이런 트렌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포켓몬빵이 선풍적 인기를 누리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당시 청소년들이 성인이 돼 다시 제품을 찾으면서 폭발적 구매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였다.롯데웰푸드가 2015년 단종됐던 제품을 8년 만에 다시 내놓은 립파이초코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스킷 밑면에 초콜릿을 코팅하고 페이스트리 반죽을 저온 숙성해 풍미를 살리는 등 기존 제품보다 맛과 품질을 끌어올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추억의 맛에 대한 ‘니즈’에다 한 번 사라졌다가 부활하는 ‘스토리’가 더해져 기존 제품 못지않게 인기를 끌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 첫 선을 보인 팔도 뿌요소다는 2021년 재출시 1년 만에 1000만병 이상 팔려나갔다. 오리온 와클, 태양의 맛 썬 등 재출시 과자는 MZ(밀레니얼+Z) 세대에게 화제를 모으며 ‘역주행’하기도 했다.

업체 입장에선 검증된 제품을 활용 가능한 데다 수요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신제품 개발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덜 투자해 위험 부담도 적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거쳐 재출시하는 제품들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기성세대는 향수를, 젊은 세대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