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계엄 사전모의' 노상원 구속기소

김용현 前 장관 공관에서 20차례 만나
선관위 수사 위한 '제2수사단' 설치 논의
정보사령부 요원 40명 선발, 임무 지시도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안대 등 준비시켜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0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노 전 사령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민간인 신분의 노 전 사령관은 계엄에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부정선거 수사 명목으로 '제2수사단' 설치를 기획한 혐의를 받는다. 또 문상호 정보사령관 및 정보사 대령 2명과 만나 제2수사단 요원을 편성하고, 임무 수행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부터 계엄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공관을 20여회 방문했다. 특히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직전 4일간은 매일 방문해 제2수사단 설치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 등에게 지난해 10월 14일부터 10월 19일까지 제2수사단에 편성할 정보사령부 요원 40명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계엄이 선포되면 선거관리위원회 청사를 신속히 점거하고 부정선거 관련자들을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로 호송하라'는 구체적 임무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노 전 사령관은 계엄 직후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점거를 주도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계엄 당일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에게 정보사 계획처장 등 인원 10명을 청사 인근에 대기시키도록 지시했다. 계엄 선포 직후에는 청사 내부로 진입하도록 했다.

특히 노 전 사령관이 방첩사령부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 '여기 선관위 현장지휘관이 있으니 인수인계를 할 것'이라 말하는 등 방첩사와 정보사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노 전 사령관은 선관위 직원 30여명에 대한 체포·수사를 위해 문 사령관 등에게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3개, 케이블타이, 안대, 복면, 밧줄 등을 준비하게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문 사령관 등은 노 전 사령관 지시로 계엄 선포를 앞두고 정보사 요원 36명을 소집해 '다음 날 오전 5시에 과천청사로 출동해 선관위 직원 약 30명을 포박해 수방사 B1벙커로 이송하라'는 임무를 내렸다. 정보사 요원들에게 노 전 사령관에 대한 경호와 수행 임무가 부여된 것으로도 확인됐다.검찰은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이 제2수사단을 설치 및 운용하기 위해 국방부 인사기획관에게 전달한 '국방부 일반명령' 문건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제2수사단 지휘부와 수사요원의 이름이 담겼다. 조사본부에 차량을 대기시키고, 압수수색을 위한 물품과 수갑 50개 등에 대해 인계를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