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안에 양자우위 도래…금융·의학·물류 등 산업 판도 바꿔놓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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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 CES서 '게임체인저' 주목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화제로 떠오른 기술은 단연 양자컴퓨팅이다. 9일(현지시간)엔 ‘양자컴퓨팅의 발전과 실체적 응용 프로그램’ ‘양자의 정밀도와 세밀함의 전례 없는 개선’ ‘양자의 해를 기념하다’ 등 관련 세션 세 개가 잇따라 열렸다. 세션에서 이뤄진 기술적 논의 대부분이 일반 참가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양자컴퓨팅이 CES에서 주요 주제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주요 주제 선정…3개 세션 열려
MS 임원 "폭발적으로 생산성 향상"
IBM 부사장 "AI와 결합 시너지 기대"
세션 패널들은 한목소리로 양자역학의 ‘중첩 현상’을 이용한 컴퓨터가 실용화된다면 기존 산업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 의학, 물류 등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존 니시 마이크로소프트 성장·전략 계획 사업부 책임자(헤드)는 “양자컴퓨팅 상용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향후 몇 년 안에 실질적인 양자 우위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자컴퓨터는 50개 이상의 조직, 기업, 대학연구소, 국가연구소에서 사용되고 있고 이것이 양자 우위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우위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것을 뜻한다.
그는 그러면서 금융, 의학, 물류 분야 등에서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컴퓨터가 길을 찾을 때 수많은 경로를 하나씩 걸어보며 최적의 길을 찾는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여러 개 길을 중첩해 걸으며 한 번에 길을 찾는 방식이다. 이런 원리로 금융, 의학, 물류, 에너지 등 복잡한 경우의 수에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하는 산업 분야에서 양자컴퓨터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프 브로즈 IBM 퀀텀 부사장은 “금융 분야 등에서 특히 양자컴퓨터는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양자컴퓨터에 인공지능(AI)이 결합하면 더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팅이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속도를 개선할 수 있고, 거꾸로 양자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데 AI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클린 테임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 운영 파트너는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세션 패널들은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기존 컴퓨터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시 헤드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대체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며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는 서로 협력하는 보완적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첩 현상을 이용하는 양자컴퓨터가 잘하는 일과 병렬적 계산을 하는 기존 컴퓨터가 잘하는 일은 다르다는 의미다.
라스베이거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