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영토 노린 '돈로 독트린'…트럼프 팽창주의에 세계가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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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D-1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팽창적 고립주의’를 표방하면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고립주의를 고수하면서 주변국 영토를 차지하겠다는 팽창주의까지 함께 드러내고 있다. 중국 등 기존 반미 진영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까지 반발하면서 글로벌 국제질서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동맹 없다…美우선주의 노골화
'북미 대륙은 미국땅' 지도 담은
뉴욕포스트 1면을 SNS에 공유
공화당도 '영토 패권의 꿈' 지지
EU 등 동맹국 "위협 말라" 경고
중남미선 친중 행보 늘어날 수도
○팽창적 고립주의로 진화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등 기존 고립주의적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변국 영토에 대한 적극적인 소유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에 눈독을 들이고,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라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발언했다.스튜어트 패트릭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23년 제임스 먼로 제5대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먼로 독트린’의 부활을 뜻한다”며 “서반구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먼로 대통령은 세계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테니 유럽도 미국이 미 대륙에 대한 패권을 갖는 데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했다.공화당 상당수 의원은 트럼프 발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8일 북미 전역을 ‘미국의 51번째 주(캐나다)’ ‘파나마가(파나마)’ ‘우리 땅(그린란드)’ 등으로 표시한 뉴욕포스트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며 “큰 꿈을 두려워하는 것은 비(非)미국적”이라고 적었다.
○동맹국 반발…보복 움직임도
트럼프 당선인의 세계 질서 재편 요구가 뚜렷해지면서 동맹국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에 관해 “(트럼프 때문에) 정글의 법칙 시대로 돌아갔다”며 “유럽연합(EU)의 주권적 국경을 위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린란드 문제에 침묵하던 EU 지도부도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SNS를 통해 “험난한 세상에서 유럽과 미국은 함께해야 더 강하다”며 우회적으로 트럼프에게 자제를 촉구했다.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의 미국 편입 주장과 관련해 “(트럼프가) 관세 부작용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매체 글로브앤드메일은 캐나다 정부가 오렌지주스, 세면대 등 세라믹 제품, 일부 철강 제품 등 광범위한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나마에서는 파나마운하 반환 주장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모형을 태우는 등 시위를 벌였다. CNN은 “트럼프의 압박을 받는 중남미 국가들이 오히려 중국에 기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트럼프의 고립주의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해 “나쁜 (종전) 협상일 경우 중국 북한 이란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19세기 말 보호주의와 제국주의 시대는 결국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며 “미국 영토 확장이 세계를 안정시키고 단순화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생각은 오류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