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결집…與 지지율, 계엄전으로 회복

중도층 이탈 … 李 지지율 '30%대 박스권'

與 34% … 반년 만에 최고치
민주당 '릴레이 탄핵'에 반감
與로 돌아선 중도층 11%P 늘어

李 지지율, 직전보다 5%P 빠져
"거부감 가진 사람 많다는 뜻"오차범위로 좁혀진 여야 지지율
국민의힘 지지율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2%포인트로 좁혀져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을 회복했다.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이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자 중도층이 이탈한 데다 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유권자 중 자신을 보수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직전 조사 대비 24.5%(65명) 늘었다.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일시적으로 과표집되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중도층 지지율 11% 하락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주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직전 조사인 지난해 12월 3주차(24%)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비상계엄 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 4주차(32%)보다 높은 데다 7월 4주차(35%) 이후 최고치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48%에서 36%로 12%포인트 추락했다. 직전 조사에서 24%포인트까지 벌어진 양당 지지율 격차는 이번주 2%포인트로 좁혀졌다.

중도층 이탈이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스스로 중도층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직전 조사(13%) 대비 11%포인트 올랐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층은 46%에서 35%로 낮아졌다.

정치권에선 탄핵 국면에서 보인 야당의 강압적인 행보가 지지세 이탈을 불러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권이 한덕수 총리를 탄핵소추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면서 정국 불안정에 대한 ‘민주당 책임론’이 커진 결과”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한 총리까지 탄핵소추하는 민주당 모습이 ‘의회 독재’로 비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발부를 둘러싼 적법성 논란, 국회 탄핵소추단의 탄핵 사유 변경 논란 등도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이재명, 중도층 흡수 한계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힌 것도 중도층에 외면받는 야권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갤럽이 함께 실시한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 조사에서 32%를 얻어 직전 조사(37%)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탄핵 국면에도 당 지지율보다 줄곧 낮은 지지를 얻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를 꾸준히 지지하는 집단도 있지만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많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에 머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보수 진영이 궤멸할 것이란 ‘탄핵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갤럽은 “탄핵 반대 당론을 시종일관 유지하며 분당 조짐이 없었던 점이 8년 전 탄핵 정국과 큰 차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64%가 찬성, 32%가 반대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 조사(12월 10~12일)과 비교하면 11%포인트가 찬성에서 반대로 선회했다.비등해지는 탄핵 찬반 여론과 양당 지지율 추이는 탄핵심판뿐 아니라 향후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과가 나더라도 한쪽 진영에서 거세게 반발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길성/정상원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