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내고 경찰 간 경호처장 "물리적 충돌 일어나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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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경찰과 충돌 부담 느낀 듯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사진)이 10일 경찰 소환 조사에 출석했다. 박 처장은 출석 전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를 바로 수리했다. 박 처장의 사퇴가 윤 대통령 체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상목 대행, 곧바로 사직서 수리
일각 "영장집행 더 어려워질 듯"
박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기관들끼리 대치하고 충돌하는 상황에 많은 국민이 걱정이 클 것으로 안다”며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상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선 “현직 대통령 신분에 맞는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체포 시도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박 처장은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대통령 관저에 출동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 인력을 막으라고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경찰 안팎에선 박 처장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자신이 지휘하는 경호처와 친정인 경찰과의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경호처 수장의 사퇴로 윤 대통령 체포가 수월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오히려 영장 집행이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박 처장의 사임에도 경호처의 경계 태세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박 처장의 직무대행을 맡은 김성훈 차장을 필두로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경호처 고위 지휘관들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대통령 관저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이들은 경호처 내부 출신으로 경찰 출신인 박 처장보다 경호 업무에 밝고 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수뇌부의 신병을 먼저 확보한 뒤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다는 경찰의 전략도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현재로선 경찰이 계획대로 주말이나 오는 13~14일께 경찰 특공대와 기동대 등을 투입해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에 나설 경우 경호처와의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