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금리전망…"3연속 인하" 60% vs 40%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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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설문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경제전문가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은행이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부진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불안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60% "금리 내려 경기 부양"
13일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2명(60%)이 1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연 2.75%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한국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비상 계엄과 여객기 사고 등으로 경기 하방압력이 높아졌다고 볼 것"이라며 "물가 안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힘을 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정치 불확실성이라는 충격으로 수요압력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소비심리의 추가 위축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이 경기 회복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정치적 교착상태로 재정정책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하는 필요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확장 재정의 공백을 통화정책으로 메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40% "환율 불안, 동결해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0% 수준으로 유지해야한다는 의견도 8명(40%)이나 나왔다. 이들은 환율 불안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 안정이 필요하다"며 "한은이 금리를 연 3.0%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환율 불안으로 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1450~14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환율이 1500원 등으로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혔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변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주 LG경영연구원 경제정책부문장도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을 언급했다.미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위축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였는데, 시장에선 이보다 인하 횟수가 더 적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를 세번 연속 내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은은 이미 지난해 10월과 11월 2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승헌 전 한은 부총재(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3회 연속 인하가 경제 심리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의 금리 인하가 그만큼 경기가 악화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금리 전망에서 채권시장 전문가와 교수 및 연구원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다. 채권시장 전문가 11명 중에선 9명(81.8%)이 금리 인하를 전망한 반면, 교수 및 연구원 9명 중에선 6명(66.7%)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올해 금리 인하 2~3회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전문가들은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2~3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이 제시한 평균 금리 수준은 상반기 연 2.56%, 연말 연 2.37%로 나타났다.
응답자 20명 중 9명(45%)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2차례 인하해 연 2.5%까지 내릴 것이란 의견을 냈다. 8명(40%)은 연 2.25%를 연말 금리로 제시했다. 연 2.75%와 연 2.25%라는 의견은 각각 1명씩이었다. 이윤수 교수는 "올해 금리 인하가 한차례 정도일 것"이라며 "인플레가 다시 나타나거나 미국 통화정책 기조가 바뀐다면 연 3.0%로 금리를 오히려 올려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말 평균 금리 전망치는 연 2.21%까지 내려갔다. 응답자 절반이 연 2.25%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4차례 내려 연 2.0%에서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으로 본 전문가도 7명(35%)으로 많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