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은 왜 그랬을까…외워 온 답변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 [이슈+]

/사진=더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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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 출신 가수 겸 배우 탑(본명 최승현)이 11년 만에 작품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실망', '후회', '경솔' 등 특정 키워드로 채워진 답변에 자신의 과거를 완벽하게 털어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정작 가장 중요한, 가장 빛나던 시기에, 군 복무 중 자택으로 여성을 불러 마약을 하고, 그 후 경찰 조사에 협조하기보다는 약물과다복용을 택하고, 마약 유죄 판결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3배 이상 휴가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탑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인터뷰를 진행했다. 탑이 인터뷰를 위해 기자들과 직접 마주하는 건 2014년 영화 '타짜-신의 손' 이후 11년만으로 알려졌다.

탑은 검은 정장을 입고, 완벽하게 세팅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먼저 인사부터 드리겠다"면서 자리에 앉지도 않고 90도 인사부터 했던 탑은 "모든 걸 다 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후회한다"는 과거에 대해 '왜'라는 질문에는 답을 주지 않았다.

지난 시간 동안 쌓인 이슈를 정리하자면, 크게 여섯 가지로 대마초 흡연, 약물과다복용, 군복무 부실, 은퇴 발언, '오징어게임2' 캐스팅, 연기력 논란 등이다.탑은 2017년 의경 입대 후 연습생 출신 한서희와 마약 투약 혐의로 군 복무 중 재판받았고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와중에 경찰조사가 이뤄지던 중 약물 과다복용으로 입원하기도 했다.

마약 전과로 강제 전역하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된 탑은 다른 요원들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휴가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SNS 활동을 이어가는 그에게 2019년 "자숙하라. 인스타그램도 하지 말고, 복귀도 하지 말아라"고 한 네티즌이 댓글을 달았고, 이에 탑은 "저도 할 생각 없습니다"라는 답글을 달며 은퇴 의지를 내비쳤다.탑이라는 사람에 쌓인 반감, 부정적인 이미지는 하나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드는 행동을 연이어 해오면서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 왔던 것.

탑은 이중 대마초 흡연, 약물과다복용, 군복무 등에 대해서는 '과오'이자 '잘못된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정작 "과분한 사랑과 찬란한 영광을 누렸다"는 시기에 왜 그런 잘못된 선택을 연이어 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인터뷰는 취조나 심문이 아니다. 때문에 에둘러 질문한다. 답답한 마음, 해명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에둘러 하는 질문에도 그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 때문."앞으로 앨범도 내고 싶다"는 탑은 예상 질문에 착실하게 준비해온 듯했다. 과거는 '후회'하고, 그때의 선택은 '경솔'했으며, 논란에도 '오징어게임2'에 출연한 건 '책임감'이라고 했다.

준비된 질문에 돌려막기로 답변하다 보니 핵심을 비껴가기도 했다. "논란을 자처한 부분 중 빅뱅을 부정한 것도 있었다"는 것에 "제 과오로 인해 팀과 회사에 너무 큰 피해를 줬다"고 답하는 거나, "은퇴 선언"을 묻는 말에 "저의 과오로 많은 사람에게 상처와 실망을 드렸다"고 입을 여는 방식이다.

준비된 답변은 장황했지만, 그렇지 않은 질문에는 단답형이었다. 특히 그토록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속 소통해왔던 만큼 "SNS를 통해 진심을 전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왜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당황한 듯 10초 정도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말은 "솔로 가수도 아니고,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많았다. 자칫 잘못하면 경솔해 보일 수 있고"라는 거였다.

탑이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매체는 80여개로 파악됐다. 매체는 많고, 시간은 한정돼 라운드 인터뷰로 진행됐지만, 매시간 찍어낸 듯한 답변이 나왔다.탑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포털에 제 이름으로 나쁜 기사가 나오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탑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