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높을 땐 가만히 있더니…여론조사 '입틀막' 나선 민주당

민주당, 정당 지지율 역전 추세에 '당황'
'고발' 운운하더니…여론조사검증특위 설치
여기에 더해 선거법 개정안까지 발의
與 "지지율 높을 땐 침묵, 불리하니 '검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역전된 여론조사가 잇달아 발표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여론조사 업체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던 여론조사 기관에 대해 국회 통제 방안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자신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그 책임을 애꿎은 여론조사 업체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친명계 한민수 의원은 전날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 발의자로는 박성준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 다른 친명계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여론조사 제도개선과 선거문화의 성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왜곡이 발생하고 있고,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편법 동원 등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법은 여론조사 기관·단체가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요건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위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여론조사 업체 관리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이에 따라 법안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의 여론조사 기관ㆍ단체의 등록요건을 법률로 상향 규정하고 △선거여론조사기관에 대한 정기 점검을 의무화하고 △등록 취소 후 재등록 신청 기간을 제한하고 △선거 여론조사 관련 위반행위로 1000만 원 이상 과태료를 부과받은 경우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선거 여론조사 신고 면제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지율 높을 땐 가만히 있더니…몽둥이 쥔 민주당

앞서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편향적 조사"라며 해당 여론조사 업체를 고발하는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5일 발표한 것으로,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0%를 돌파해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다. 해당 조사는 무선 RDD를 이용한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4.7%였다.민주당은 "문항 설계 등이 특정 대답을 유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한다. 질문 전개 과정을 보면 특정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며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폄훼했지만, 이 조사는 바뀐 여론의 흐름을 보여준 신호탄이 됐다.

이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오르고,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해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는 등 비슷한 흐름의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해 발표됐고, 최근에는 아예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따돌린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고발' 대신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띄웠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여론조사검증특위 설치를 알리며 "여론조사의 왜곡 혹은 조작이 의심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아예 선거법에도 손을 대 여론조사 업체를 옥죄겠다고 나선 셈이다.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떠올리는 정치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이러한 시도가 '사실상 검열에 해당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여론조사까지 검열하겠다는 민주당은 민주정당이 맞느냐"며 "지지율이 높을 때는 침묵하더니,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보수 결집 과표집’ 같은 변명을 내세워 여론조사를 부정하려는 모습은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가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통계 조작' 의혹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문 정부 당시 주택가격·고용·소득 등 3개 분야 국가통계를 정부 정책에 유리하게 보이도록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 정부 시절의 통계 조작 논란이 아직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또 발동이 걸렸다"면서 "있지도 않은 통계를 만들어 내고, 마음에 안 드는 숫자는 바꾸는 조작의 DNA라도 있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