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내외 불확실성 최정점…'트럼피즘' 유연하게 적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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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니어재단 신년경제포럼 개최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최정점에 달해 산업계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통상·경제 전문가들은 행정명령의 기조를 정확히 읽고 '트럼피즘(Trumpism)'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종원 통상차관보 "美 행정명령으로 우리 경제 도전에 직면"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니어(NEAR)재단 신년경제포럼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서 "반도체 2차전지 배터리 등 주요 산업의 수출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국내 정치 혼란과 미국 신정부 출범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최정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박 차관보는 보호무역조치가 담긴 트럼프 행정명령들에 특히 우려를 보였다. 그는 "통상정책의 전면 재정비, 그린뉴딜 정책 종료, 전기차 의무제 폐지, 무역협정 재검토 등이 담긴 행정명령이 발표되면서 우리 경제가 도전에 직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려 요인은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기회 요인을 모색해 극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악재가 집중돼 특히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 정책자원 투자를 집중하겠다"며 "중소·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인 252조원 규모의 무역보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무역위원회 확대개편, 통상법무 기능 재정비, 철강 산업 생존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조성 등의 계획을 내놨다. 철강 산업에선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쿼터 할당량이 축소되거나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으로 국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날 포럼에선 관세 부과 대상국가와 대상 품목이 모두 늘 것이란 전망과 함께 특히 한국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다수 제기됐다. 대미 수출 규모 상위국가인데다 앞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보호무역주의 조치의 성과를 확인한 대표적 국가라는 점에서다. 이원복 산업연구원(KIET)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한국 철강제품에 대해 쿼터제를 도입한 결과 한국 투자를 이끌어내고 리쇼어링 정책에 따른 상당한 성과를 냈다"며 "이번에도 한국이 흑자를 내는 산업의 무역구조를 조정하려는 압력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무역수지의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2012년부터 4년간 연평균 220억달러에 달했던 국내 무역수지는 트럼프 1기 당시 평균 165억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포럼을 주최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정확히 읽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 이라며 "행정명령의 행간을 정확히 읽고 전략 요소를 발견해 트럼피즘 흐름을 유연하게 적응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7년 설립된 니어재단은 국제 정세 문제를 연구하는 국내 대표 민간 싱크탱크다. 정덕구 이사장은 1997년 IMF외환위기 협상 수석대표로 산업부 장관을 지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