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저택에서 경험하는 럭셔리 헤리티지 스테이

수 세기 전 귀족과 예술가들이 모여 낭만을 예찬하고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휴양하던 곳, 유서 깊은 이탈리아 저택에서의 하룻밤은 더 특별하다.

흔히 호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동반한다. 특색 없이 비슷해 보이는 호텔들에 흥미를 잃었다면, 유구한 역사와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오롯이 지닌 이탈리아의 럭셔리 저택으로 여행을 떠나볼 것.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Lombardy) 지역 코모호숫가 인근과 르네상스의 발상지 토스카나에 자리 잡은 저택과 특별한 이야기를 품은 스위트룸을 함께 소개한다.

전설적인 여배우가 사랑한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

알프스산맥과 코모 호수가 어우러진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 전경. 사진=헤븐스 포트폴리오.
알프스산맥과 코모 호수가 어우러진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 전경. 사진=헤븐스 포트폴리오.
이탈리아 북부 코모 호수 주변에는 궁전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빌라와 저택들이 즐비하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귀족과 예술가, 부유한 상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사랑받은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호수와 알프스 산맥의 장엄한 경관이 한눈에 담기는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Grand Hotel Tremezzo)’는 벨 에포크(Belle Époque) 스타일의 화려한 외관과 섬세한 실내 장식이 돋보인다.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의 'T Pizza' 레스토랑. 사진=헤븐스포트폴리오.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의 'T Pizza' 레스토랑. 사진=헤븐스포트폴리오.
파크 뷰 룸(Park View Rooms, 레이크 뷰 룸(Lake View Rooms), 테라스 가든 스위트(Terrace Garden Suites), 주니어 스위트(Junior Suites) 등 총 84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으로 구성된 객실 중 가장 돋보이는 룸은 ‘스위트 그레타(Suite Greta)’다.
스웨덴 출신 배우 그레타 가르보의 이름을 딴 ‘스위트 그레타(Suite Greta)’의 리빙 룸(왼쪽)과 프라이빗 테라스(오른쪽). 사진=헤븐스포트폴리오.
호텔 트레메조를 즐겨 찾은 것으로 알려진 전설적인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의 이름을 붙인 이 객실은 버건디색 벨벳과 광택감 있는 나무가 어우러진 인테리어를 비롯, 독립된 자쿠지 욕조와 샤워 공간이 마련된 마스터 욕실, 개별 테라스가 특징이다.

한국인의 이탈리아 쇼핑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제품으로 트리트먼트를 제공하는 ‘T 스파’와 코모 호수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수영장’ 역시 이 호텔에서만 즐길 수 있는 하이라이트다.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에게 영감 불어넣은 ‘파살라콰’

18세기 백작 가문의 별장이었던 호텔 파살라콰의 외부 전경. 사진=헤븐스포트폴리오.
약 8,500평에 달하는 계단식 정원과 독창적인 시설을 자랑하는 호텔 ‘파살라콰(Passalacqua)’는 세계적인 팝스타 존 레전드(John Legend)가 리마인드 웨딩을 올린 장소로 유명하다.

2022년 개장한 파살라콰는 ‘빌라(Villa)’, ‘팔라츠(Palazz)’, ‘카사 알 라고(Casa al Lago)’ 세 개의 독특한 건물로 이루어져 있어 투숙객의 취향과 스타일에 맞는 숙소를 선택할 수 있다.1787년 루치니-파살라콰 백작 가문의 별장이었던 이곳은 긴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교황 인노첸시오 12세, 프랑스의 군인이자 황제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와 같은 저명한 인물들이 이곳에 머무르며 휴식을 즐겼다.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가 음악적 영감을 얻었던 음악실의 과거 모습(왼쪽). 그가 묵었던 객실은 '벨리니 스위트'라고 이름 붙이고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으로 인테리어했다.(오른쪽) 사진=헤븐스포트폴리오.
특히 빈첸초 벨리니와 파살라콰의 인연은 매우 각별하다. 그는 1831년 이곳에서 그의 대표 오페라 작품 중 하나인 ‘라 손남불라(La Sonnambula)’를 작곡했다. 그가 머물며 창작에 몰두했던 스위트룸은 그의 이름을 따 ‘벨리니 스위트’라고 이름 붙이고 코모 호수 인근 호텔 중 최대 규모로 꾸몄다.

스위트룸의 음악실에는 그의 음악적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곳은 벨리니의 친구이자 후원자 알레산드로 백작의 손길을 거쳐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높은 천장과 정교한 몰딩, 우아한 샹들리에로 장식되어 있어 화려한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담배 창고를 개조한 객실 돋보이는 ‘카스텔팔피’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어우러진 카스텔팔피 리조트. 사진=헤븐스포트폴리오.
르네상스의 도시라는 별칭을 지녔을 정도로 고급 이탈리아 문화의 발원지로 여겨지는 토스카나는 넓게 펼쳐진 푸른 들과 포도밭, 사이프러스 나무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유기농 포도밭과 올리브 숲으로 둘러싸여 고요하고 프라이빗한 휴식을 제공하는 ‘카스텔팔피(Castelfalfi) 리조트’는 토스카나의 중세 건축 양식과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총 146개의 객실과 4개의 프라이빗 빌라로 구성된 이 리조트의 스위트 룸은 토스카나의 언덕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큰 창문을 갖추고 있으며, 모든 객실은 고급 목재와 지역의 자연을 반영한 인테리어로 디자인되어 있다.
담배 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을 리노베이션한 카스텔팔피의 타바카이아 객실. 사진=헤븐스포트폴리오.
특히 과거 담배를 건조하던 창고로 사용되던 ‘타바카이아(Tabaccaia)’라는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만든 객실은 토스카나 농가의 소박하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독특한 숙박 경험을 제공한다.타바카이아 객실은 벽돌이나 목재 천장 등 건물의 원래 구조와 소재를 최대한 보존하여 전통적인 느낌을 살렸으며, 담배 창고로 사용되던 공간 특유의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 덕분에 자연 채광이 풍부하다.

이에 더해 카스텔팔피는 유기농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숲을 보유하고 있어 포도 수확부터 와인 제작은 물론, 올리브 오일 생산 과정까지 토스카나 전통 농업 체험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