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낳고 최저임금 인상이 키운 '실업급여 쇼크'

지급액 코로나 때 육박

작년 4분기 신청자 '역대 최대'
반복수급·부정수급도 가장 많아

실업급여 구조적 한계 '방치'
최저임금 연동된 높은 하한액
일해야 할 동기 꺾는 요인으로
野·노조 반대에 개편 지지부진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것은 건설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이어진 경기 침체 때문이다. 부정 수급액과 반복 수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과 함께 시행된 실업급여는 일정 기간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후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지급되는 급여다.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실업급여 수급 기간에 취업하면 주는 수당)을 포함한 금액이다. 최종 집계액은 다음달 공식 발표된다.

○4분기 실업급여 신청자 역대 최대

문제는 역대급 고용한파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고용노동부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연말로 갈수록 급증해 4분기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 전년 동기 대비 약 1만 명(12.4%) 증가한 8만9000명으로 집계됐고 11월에도 1년 전에 비해 2000명(2.2%) 늘어난 9만 명을 찍었다. 두 달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12월 신규 신청자도 전년 동월 대비 8000명(9.0%) 증가한 10만1000명을 기록하면서 202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3.8%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업급여 하한액 인상도 원인

실업급여 하한액이 매년 자동으로 인상되는 실업급여 제도의 구조적 문제도 지급액 증가의 원인이라는 평가다.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에 연동돼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2021년 5만5808원이던 실업급여 일액(8시간 근로 기준 하루 지급액)은 지난해 6만3104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어서면서 하한액은 더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주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계산한 월 하한액은 189만3120원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빼고 손에 쥐는 실수령액(월 185만6276원)보다 많았다. 근로자의 일할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좀처럼 줄지 않는 반복 수급도 문제다. 지난 20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반복해 받은 수급자는 10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12월 수치를 합하면 반복 수급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2023년(11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반복 수급이 많다는 것은 취업 의지가 부족해 일자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임시 일자리를 전전하는 근로자가 많다는 뜻이다. 부정 수급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 수급액은 전년도 299억5900만원 대비 7.8% 증가한 323억400만원으로 사상 최다를 나타냈다.

○제도 개편 논의는 ‘차일피일’

이처럼 실업급여의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지만 개편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부·여당은 2023년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 등 개편을 추진했지만 ‘시럽급여’ 논란을 겪으며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지난해 22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정부·여당은 5년간 3회 이상 반복 수급자는 실업급여 일액의 10%, 4회는 25%, 5회는 40%, 6회 이상은 50% 감액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마련해 제도 개편을 재추진했다. 하지만 이 안건도 당분간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기 어려워졌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