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배터리 직접 투자…'50조 첨단산업기금' 조성

금융위 "트럼프 2기 대비"

산업은행에 별도 기금 신설해
바이오 등 새로운 공장 지을 때
저리대출 넘어 기업과 공동투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최대 50조원 규모 기금을 조성해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직접 투자한다. ‘트럼프2.0 시대’를 맞아 국내 첨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저리 대출 등 기존 방식 이상의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은행에 별도 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정부는 지난해 반도체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17조원 규모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연구개발(R&D) 투자 등 신규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원 대상이 반도체로 제한되고, 대출 형식이어서 실질적인 투자 효과가 크지 않다는 한계 등이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첨단산업기금(가칭)’을 조성해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주력 산업에 직접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예컨대 새로 공장을 지을 때나 신설 투자를 할 때 별도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기업과 기금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이자 비용이 드는 대출보다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되고 대규모 투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금은 기업 수요에 따라 대출 또는 지분 투자(증자 참여) 방식의 지원도 병행한다.

기금 재원은 정부가 보증하고 산은이 발행하는 기금채로 조달한다. 기금은 추후 해당 공장에서 나오는 이익을 배당받는 방식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기금 규모가 최대 5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산은에 별도 기금을 설치하는 건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은 “산은이 자체 계정으로 투자하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등 규제 부담이 생긴다”며 “별도 기금을 운용하면 BIS 비율 산정에서 빠지기 때문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투자 및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오는 3월까지 기업 수요 조사와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집행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지방은행에 대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증가 범위인 3.8% 이내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지방 부동산 침체에 대한 걱정이 있는 점을 고려해 지방은행만 경상성장률보다 높은 증가율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등을 추가로 제한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치는 예정대로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스트레스 금리 수준이나 적용 대상은 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보고 4~5월께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