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클림트와 에곤 실레처럼...서로 대화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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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기사를 열며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거장들의 창작혼
국립중앙박물관서 개막 40여일 만에 10만 관객 돌파
모처럼 긴 연휴, 빈 분리파 화가들과 세대를 넘어 교감할 기회

하지만 이런 탁월한 예술을 낳은 1900년대 비엔나는 결코 평온하고 희망찬 곳이 아니었습니다. ‘저무는 해’이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강자에 밀려 그 영향력이 날로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열한 개에 달하는 민족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이 빚어졌고, 같은 도시 안에서도 빈부 격차가 극심했습니다. 사회 전반에 ‘좋았던 날들이 곧 다 끝날 것’이라는 불안이 만연했던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분리파라는 깃발 아래 한데 뭉쳤습니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이 대중적인 인기를 등에 업은 클림트였습니다. 그는 세상 어디에도 없던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예술을 펼쳤고, 후배 화가를 적극적으로 키웠습니다. “모든 사람은 예술을 즐길 권리가 있다”고 외친 모저와 호프만은 디자인, 건축 등 일상의 영역으로 예술을 확장했습니다. 함께했기에 이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길로 용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입니다. 주요 작가 중 클림트는 선배 세대, 실레는 후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이 두 사람을 잇는 분리파의 여정을 감상하며 우리는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앞세대가 뒷세대에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뒷세대가 그 가르침을 이어받아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체감하게 됩니다.
다사다난한 이 시기, 모처럼 긴 연휴가 찾아왔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불안에는 1900년 빈을 산 이들의 마음과 비슷한 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설 연휴에는 분리파 화가들이 그랬듯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가족이 함께 나누는 소중한 대화와 교감을 통해 한 해를 이어갈 용기와 영감을 얻는 행복한 연휴 되기를 바랍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