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얼죽신 인기던데"…올해 집값 전망 들어 봤더니 [양지영의 집콕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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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변동성의 시대…올해 우리 집값은 안전할까

아파트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금리와 공급은 그중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특히 올해는 내수 경기 침체와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올해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이 전년 대비 약 24% 감소하고, 신규 분양 물량도 주는 등 공급 부족 현상이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요인, 정치적 불확실성 등 대내외적인 요인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기준금리 인하 배경
금리와 공급 중에서 우선 금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기준금리 결정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물가와 경기 성장률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24년 11월 1.5%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습니다. 고환율의 영향으로 12월 1.9%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은 아닙니다.내수 경기는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항공기 참사 등 연이은 대형 사건·사고로 연말·연초 더욱 얼어붙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속보성 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작년 12월 둘째 주(7~13일)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1년 전보다 3.1%가 감소했습니다.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024년 12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급락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폭 하락입니다.
내수 경기 침체가 겹치며 정부는 2025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6개월 전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2월 발표되는 전망에서는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통화정책 수립 시에는 물가와 경기 성장률뿐만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대외 지급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를 감안할 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크지만,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정책과 환율의 향방
최근 환율은 대내외적인 요인의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영향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정책의 관세 확대 정책과 글로벌 교역 환경의 변화가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를 강화하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내수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와 미국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산 시장 과열과 버블 효과를 촉발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이는 유럽, 아시아 등 다른 경제권에도 파급 효과를 미쳐 주요국들이 금리 정책 및 환율 대응 방안을 재조정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최근 주요 경제권들도 각자의 상황에 맞춰 금리 정책을 조정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습니다.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가계부채 부담과 환율 급등 상황에서도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했었습니다. 이렇듯 트럼프 경제정책, 즉 관세 강화는 단기적으로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지만, 이처럼 글로벌 환율에 대한 환경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환율 약세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이는 미국 수출 시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대내적인 요인으로는 최근 국내 정치적 불안 요소가 시장 심리를 위축시키고 자본 유출 압력을 높이는 상황이 있습니다. 정치적 불안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떨어뜨리고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고환율을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자금 유동성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도권 입주 물량 전년 대비 24% 감소
2025년 아파트 시장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공급 부족 현상입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2021년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현상으로 건설사들이 신규 프로젝트 추진에 어려움을 겪자 이는 인허가 물량 감소로 이어졌고, 입주 물량 감소, 신규 분양 물량 감소가 뒤따랐습니다.2025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입주 물량, 분양물량 등 공급물량이 올해 전반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커서, 올해 집값은 상승하는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2025년 수도권 입주 예정 아파트는 부동산114렙스 기준으로 13만1798가구로, 2024년 17만3249가구 대비 24%가량 감소한 물량입니다. 서울은 2024년 한시적으로 입주 물량이 늘어나지만, 2025년에는 다시 1만7318가구로 감소할 전망입니다. 경기도와 인천 역시 2025년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수도권 중심의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수도권 내에서도 수요 대비 공급량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서울시는 서초구에서 3307가구의 메이플자이가 입주하고, 송파구에서는 2678가구의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입주할 예정이지만 대기수요가 많은 선호 지역으로 물량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동대문구에서는 총 1만 가구가 넘는 물량이 입주할 예정에 따라 일시적인 가격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도에서는 평택(1만663가구), 광명(9346가구), 파주(6605가구), 인천시 연수구(4272가구)와 서구(1만125가구) 등 지역은 올해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미분양 물량도 적지 않아 집값 하락 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방의 경우 한동안 입주 물량이 많았던 부산, 대구도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부산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3년 2만5351가구에서 2024년 1만3849가구, 올해는 1만2136가구로 감소하고, 대구는 같은 기간 3만4784가구, 2만4300가구에서 올해는 절반도 안 되는 1만1602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부산과 대구는 미분양 적체 현상이 여전하며, 특히 부산은 올해 신규 분양 예정된 아파트 물량도 많다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충청권, 경남 등도 입주, 분양 등 전반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며, 미분양 아파트 적체 현상도 있어 올해 아파트 가격 회복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공급물량에 따라 양극화 심화 전망
2025년 아파트 시장은 지역별, 가격대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신고가 경신과 같은 가격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지역은 재건축·재개발 추진이 활발하고 선호도가 높은 만큼, 입지적 가치와 공급 부족 현상이 가격 상승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중시킬 것입니다.반면 공급이 많고 대출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컨대, 동대문구와 평택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다수의 입주 물량과 미분양 물량으로 인해 일시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도 있습니다.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재건축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격차도 심화할 전망입니다. 2024년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으며, 5분위 배율은 전국 기준 10.9, 서울 기준 5.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상위 20% 아파트 한 채로 하위 20% 아파트를 평균 5.5채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올해 전반적인 공급 감소 현상과 PF 부실 등으로 당분간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입니다. 2023~2024년 동안 서울 아파트 연령별 매매가격지수 분석에 따르면, 5년 이하 신축 아파트만이 유일하게 상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5년 시장은 인기 지역의 고가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한편, 공급과 수요가 불균형한 지역에서는 가격 조정과 미분양 증가 등 상반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양극화는 소득 격차와 대출 규제, 공급 부족 등의 요인이 결합하며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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