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써주고 돈만 왕창'…"공인중개사 명칭 바꿔라" 불만 폭발 [돈앤톡]

전세사기 이후 급격한 신뢰도 하락
협회, 교육 강화·시스템 구축…"신뢰 회복 회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공인중개사 명칭을 부동산 중개사로 바꿔주세요."

얼마 전 한 독자로부터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이런 민원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해당 민원인은 "어떤 물건을 중개하는지 명칭도 적시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공인'이 붙는다는 것은 국가가 공인하는 것인데 중개사는 그럴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민원에 국토교통부는 "거래 당사자인 일반 국민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간 공감대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신뢰가 얼마나 추락했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빌라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난 전세사기가 확산한 이후엔 신뢰도가 바닥 수준이었습니다. 전·월세 또는 매매를 진행하는 데 일부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입니다.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중개사들이 대체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 "가만히 앉아서 계약서 써주고 돈만 왕창 받는다" 등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죠. 이후 공인중개사가 어떤 조언을 해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례가 늘었고 심지어는 당근 등 직거래 플랫폼을 통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직접 만나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생겨났습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수십년 동안 중개업을 한 A 공인 중개 대표는 "화곡동에 있는 모든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가담한 게 아닌데 집을 보러 오는 실수요자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니 일할 의욕도 나질 않고 마음도 편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이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 앞에서 가진 인천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의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이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 앞에서 가진 인천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의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시장 전문가들도 국내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미국과 비교해보면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미국의 경우 부동산 중개업소 자체가 하나의 회사처럼 규모가 크기 때문에 소속 중개사도 20~30명으로 많다. 중개업이 시스템화가 잘 돼 있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이어 "중개할 건물에 대한 브리핑 수준도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컨대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중개사무소라면 '이 아파트가 좋다. 무조건 사라'는 식의 브리핑을 하지만 미국의 경우 매수인의 자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집을 추천해 주고 중개하는 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도 "미국의 경우 하나의 건물을 중개할 때도 관련한 문서가 적게는 수십장 많게는 수백장에 달하는 등 중개라는 행위에 굉장히 공을 들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단지 정보가 담긴 지도 하나 던져 놓고 설명하고 마는 식이지 않느냐"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공인중개사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을 대상으로 법정교육인 실무교육과 직무교육, 연수교육, 전문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올해 초에는 미국부동산협회의 전문교육을 벤치마킹해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중개업무 수행에는 부동산컨설팅 자료 제공부터 대출·세금·하자 업무까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고 실제 미국부동산협회(NAR)등에서는 회원 전문성 제고를 위해 부동산 유형과 업무를 주거용, 상업용, 토지 등 종별에 따라 세분화하고 자체적으로 별도의 전문교육과 자격부여를 진행하며 중개 서비스의 질적 전문성을 높이고 있는 것에 착안한 것입니다.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중개사들이 쓰는 '한방' 앱(응용 프로그램)을 개선해 뉴한방 모바일 앱을 개발해 물건분석 보고서 기능을 탑재해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또 전세가 이상거래 검증 시스템을 출시해 빌라 세입자에게 적정 전셋값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김종호 신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공인중개사의 사회적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성취'와 '성장', '성숙' 등 비전을 갖고 업무에 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