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렌지주스도 못 사먹겠네"…초유의 상황에 '비명'

루이지애나 대두·플로리다 오렌지 생산 차질

환율·관세 불확실성에 기후 악재까지
식품 물가 '들썩'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안에 미국산 오렌지가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안에 미국산 오렌지가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미국에서 시작된 한파가 국내 먹거리 물가 상승까지 부추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례 없는 추위가 미국 남동부 지역을 휩쓸면서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작황이 나빠 '귀한 몸'이 된 국산 과일을 대신해 많이 찾던 수입 과일 가격마저 뛸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북극발 한파가 미국을 강타했다. 미국 CNN은 “이번주 미국 전역의 75% 이상이 영하의 기온에 직면할 것”이라며 한파를 경고했다. 이례적 추위로 인해 겨울철 날씨가 온화한 편인 텍사스 조지아 플로리다 등 남부 지역에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앞서 미 기상청(NWS)은 텍사스 동남부인 휴스턴에서 플로리다, 조지아주에 이르는 멕시코만 연안 지역에 겨울 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올 1월 미국 대두 선물 가격./사진=FIS 식품산업통계정보 캡처
올 1월 미국 대두 선물 가격./사진=FIS 식품산업통계정보 캡처
추위는 미국 내 작황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고환율과 트럼프 리스크에 이번 기후 악재까지 겹치면서 새해 초부터 대두 가격은 꾸준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3월물 미국 대두 선물은 부셸(1부셸=27.2kg)당 10.56달러로, 전주 대비 1.27%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8.92%, 연초 대비로는 5.65% 오른 수치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은 브라질에 이은 세계 2위 대두 생산국이다. 대두는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들여오는 주요 수입 농산물로, 미국 남부에 위치한 루이지애나주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들여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행한 2024년 수입식품 등 검사연보에 따르면 2023년 루이지애나에서 수입된 대두 중량은 약 50만9000t으로 미국 내 다른 주보다 월등히 많다. 그해 한국이 수입한 대두 총량(125만t)의 약 40%에 달한다.

그러나 루이지애나 남부에도 역대 최초의 눈보라 경보가 발령되면서 올 한 해 대두 농사에 미칠 영향이 커졌다. 구자룡 충남대 농업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파로 땅이 얼면 파종 시기가 늦춰지고 이후 과정도 순차적으로 미뤄지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상 기후로 인한 '기후플레이션'은 오렌지에서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미국 오렌지주스 선물은 파운드당 4.84달러로 전주 대비 0.64% 상승했다.

오렌지의 땅이라 불리던 플로리다는 이전부터 이상 기후와 감귤녹화병의 영향으로 오렌지 생산량이 감소해왔다. 이번 한파까지 더해지면서 추가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작년에도 오렌지 최대 산지인 미국과 브라질이 한파, 폭우 등을 겪은 탓에 지난해 6월 오렌지주스 원액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이번 시즌(2024년 10월~2025년 6월) 오렌지 생산량을 1200만 상자(한 상자는 90파운드·약 41kg)로 예측했다.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수치로 1930년 이후 최저치다.미국발 한파에 따른 대두와 오렌지 등 주요 농산물의 수입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즉각적인 것은 아니지만 향후 국내 밥상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두는 라면, 과자, 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오렌지는 신선 과일과 주스 원료로도 사용된다. 통상 수입물가는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 하나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하나의 원재료 값이 상승했다고 해서 섣불리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가뜩이나 고환율이 지속돼 힘든 상황인데 한파까지 겹쳐져 원가 압박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