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신문 나선 尹 "기억하냐"…김용현 "말씀 하시니까" [종합]

46일 만에 만난 두 사람, 눈은 안 마주쳐
尹, 김용현 답변 맘에 안 든 듯 정색하기도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참석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참석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진행되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만났다. 탄핵 심판 사건 당사자인 윤 대통령과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이 마주한 것은 12·3 계엄 선포 이후 46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고한 대로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지난 21일에 이은 두 번째 참석이다.김 전 장관은 증인으로 변론에 참석했다. 탄핵 심판 개시 후 처음으로 열린 증인 신문으로, 김 전 장관으로서는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 나선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진한 회색 양복에 검은색 목폴라 티셔츠를 입고 대심판정에 입장했다. 구속 기간이 짧지 않았던 만큼, 희끗희끗한 머리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입장하는 모습을 잠깐 쳐다본 뒤 이내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이후 굳은 표정으로 김 전 장관이 선서하는 장면을 응시하다,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윤 대통령은 이후 김 전 장관이 증언하는 동안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유리한 증언이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는 몸짓을 보였다.

김 전 장관 역시 증언하는 동안 윤 대통령을 직접 보지 않고, 윤 대통령 측 대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김 전 장관은 종종 옆자리에 있는 변호인에게 귓속말을 했다.

尹, 김용현 직접 신문 나서서 끌어낸 답변은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은 재신문 차례에 진행됐다. 윤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이 30분씩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마친 뒤다.윤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김 전 장관 신문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잘못을 잘못 이해한 채 답하자, 중간에 끼어들어 내용을 정정했다.

"특전사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280명 들어갔느냐?"(윤 대통령 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
"그렇게 보고 받았다."(김 전 장관)
"회의장이 아니라 본관에 들어간 숫자다. 특전사 요원들이 본관 건물 안으로 한 20여명이 들어가는 사진을 봤다. 장관님이 보시기에 국회의원 본관 건물 마당에 특전사 요원이 있었나 아니면 건물 안으로 많은 인원이 모두 다 들어갔나?" (윤 대통령)
"280명은 본관 안쪽에, 하여튼 복도든 어디든 곳곳에 가 있었다."(김 전 장관)
"장관이 구체적으로 병력 위치 사항을 자세히 파악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 (윤 대통령)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김 전 장관)

윤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에 투입된 특전사 숫자와 관련한 질문에서 김 전 장관의 답변이 끝내 만족스럽지 못한 듯 정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 작성 경위'와 관련해서도 직접 김 전 장관 신문에 나섰다.
"제 기억엔 12월 1일 또는 2일 밤에 김 전 장관께서 그것(포고령 초안)을 갖고 오신 걸로 기억된다. 써오신 것을 보고, 사실 법적으로 손댈 것은 많지만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추상적이라 집행 가능성도 없어서 '그냥 둡시다'하고 놔뒀는데, 뭐 기억이 혹시 나시냐?"(윤 대통령)
"네. 대통령이 평상시보다 꼼꼼히 안 보시는 걸 느꼈다. 평상시 업무 스타일이 항상 법전 먼저 찾으시는데, 안 찾으셨다."(김 전 장관)
"어쨌든 이 포고령은 실현 가능성, 집행 가능성이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까 놔두자고 한 것 같다." (윤 대통령)

파업 전공의 복귀 명령이 포고령에 담긴 경위에 대한 신문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 내용은 왜 집어넣었느냐고 웃으며 얘기하니, (김 전 장관이 전공의를) 계도한다는 측면에서 그냥 뒀다고 해서 웃으면서 저도 놔뒀는데 이런 상황을 기억하고 계시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지금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고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당사와 여론조사기관 '꽃'에 계엄군 투입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끌어냈다.

"계엄 선포 저녁에 그 얘길 저한테 해서 '제가 절대 하지 마라, 민주당에 보낼 거면 국민의힘에도 보내야 하고, 그건 안 된다'고 꽃도 제가 자른 거 얘기 들으셨나?"(윤 대통령)
"나중에 (그렇게) 지시하신 걸 들었다." (김 전 장관)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2시간 30분 만인 오후 5시에 종료됐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