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두고…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나훈아·아이유 [이슈+]

가수 나훈아, 아이유/사진=소속사 제공, 한경DB
가수 나훈아, 아이유/사진=소속사 제공, 한경DB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에서 시작된 탄핵 정국에 연예계까지 반으로 쪼개진 모양새다. 과거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던 모습과 달리 라이브 방송을 하고, 집회 무대까지 오르며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연예인들도 늘어나면서 양극화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 비호 연예인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배우 최준용이다. SBS '야인시대'로 얼굴이 알려진 최준용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혀오다가, 최근 12·3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 특히 윤 대통령 지지를 강력하게 표명해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 15일에는 "우리 대통령이 무슨 죄가 있냐"면서 눈물을 보였고, 윤 대통령이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던 지난 18일에도 법원 인근을 찾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그뿐만 아니라 공수처와 서울구치소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커피차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의 정치적 발언에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내 SNS에 와서 떠들지 말고, 오지 말아라. 이 무지성 아메바들아"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최준용의 '집회 메이트'로는 배우 노현희가 언급되고 있다. 노현희는 최준용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했는데, 최준용은 그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부터 태극기부대로 유명했던 친구"라고 소개했다.가수 김흥국 역시 윤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흥국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지원을 위해 20일간 유세 현장을 찾았다. 작년 4·10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을 지지하며 유세 현장을 누볐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홍정욱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지원한 바 있다.

김흥국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열린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에서 "집구석에 있다는 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며 윤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전 해병대 출신이다. 나라가 어렵고 국민이 힘들 때 해병대가 제일 앞장서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게 해병대라고 배웠다"며 "오늘부로 전국 전 세계 해병대 출신 여러분, 한남동으로 다 들이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윤석열 구속 축하한다"는 댓글에는 "네가 인간이냐"는 답글로 응수했다.최근에는 개그맨 이혁재가 윤 대통령 지지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혁재는 지난 21일 일요서울TV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체포에 대해 "망신 주기"라며 "아직 결정 못 하고 긴가민가하는 국민들에게 수갑을 찬 모습을 각인시키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당시 지지율이 5%였지만 지금은 거의 반반"이라며 "헌법재판관들이 갈등을 안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혁재의 발언은 지난해 국세청 고액 체납자 명단에 그의 개인과 법인 이름이 모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혁재는 2021년 부가가치세 등 총 8건, 2억2300만원을 체납했고, 그가 대표로 있는 법인 크리스찬메모리얼센터도 2021년 부가가치세 등 3억3000만 원을 내지 않았다. 당시 이혁재는 "고의로 탈세한 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가수 JK김동욱은 윤 대통령 지지 의사를 SNS를 통해 밝혀 오다가 외국인 정치활동 금지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JK김동욱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1992년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다. 이를 통해 병역 의무가 면제됐고, 국내 투표 권한도 없다. JK김동욱은 피고발 소식에 "언제부터 자유대한민국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였는지 궁금하다"고 반발했다.
왼쪽부터 가수 이승환, 개그맨 이혁재/사진=한경DB
이들과 반대편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표주자는 가수 이승환이다. 이승환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외쳐왔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조진웅은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서 상영된 영상에서 "선혈로 지켜낸 광주 민주항쟁. 푸르고 푸른 민주주의의 뜻을 분명 우리 국민들은 뼛속 깊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런 우리 국민을 향해 극악무도하게도 비상계엄으로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엄중한 사태를 항시 예의주시할 것이며 기필코 승리할 것을, 무너지지 않을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을, 끝까지 힘을 보태며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배우 한예리, 이주영, 고아성, 가수 안예은, 김C 등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사진을 게재하며 정치적인 의사를 드러냈다.

양측의 발언이 과열되면서 각기 다른 정치관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으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가수 나훈아는 지난달 7일 전국 투어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대구 무대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요 며칠 전 밤을 꼴딱 새웠다"며 "집회가 금지된다는 내용을 보고 '우짜면 좋노' 싶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후 지난 10일 서울 공연에서는 자기 '왼팔'을 가리키며 "너는 잘했나"라며 "우리 어머니는 형제가 어떤 이유가 있어도 싸우면 안 된다고 했다. 하는 꼬락서니가 정말 국가를 위해서 하는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큰 화제를 모으며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하는 반응이 나왔다. 극단적인 양비론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여기에 후배 가수 이승환, 배우 김의성 등도 가세했다. 이승환은 "얕고 알량한 지식, 빈곤한 철학으로 그 긴 세월에도 통찰이나 지혜를 갖지 못하고 그저 오래만 살았다면 '노인'입니다. '어른'은 귀하고 드뭅니다"는 글로 노인과 어른의 차이를 뒀고, 김의성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속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하며 "딱 봐도 훌륭한 어른"이라고 적었다. 어른과 노인을 구분하며 나훈아의 발언을 '노인의 말'로 겨냥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위해 카페나 식당에 선결제를 해뒀다는 이유로 악플이 쏟아지는 사례도 있었다. 우회적으로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는 것. 아이유의 경우 몇몇 극우 네티즌들에게 "아이유를 CIA에 신고하자"고 나섰는가 하면, 윤 대통령 체포 이후 SNS 댓글로 "이제 속이 시원하냐", "중국 간첩이다" 등의 악성 댓글을 달며 분노를 토로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이 시사 이슈에 나름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게 민주사회다. 이러한 발언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그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며 "다만 연예인으로서의 영향력과 발언의 자유를 거짓말이나 범죄를 옹호하는 데 사용하면 안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적인 발언을 자신의 SNS에 직접적으로 올리는 것과 아이유, 나훈아, 임영웅 등의 사례는 나누어 봐야 한다"며 "아이유는 엄밀히 말해 집회에 참여한 팬들을 위해 음식과 음료를 준비한 거고, 나훈아는 팬들 앞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취했고, 임영웅은 팬덤을 고려해 발언을 피한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그러면서 "다양한 의사 표현을 막는 것도 옳지 않지만, 강박이나 강요로 발언하도록 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