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행정명령 모니터링한 산업부, "킬러문항 아직…2월 멕시코 관세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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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美 행정명령 관련 점검사항 공개
"한미FTA 재협상 여부, 아직 언급하기 이른 시점"
4월 1일 보편관세 '운명의 날'…"철저히 준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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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 23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 직후 내놓은 행정명령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산업부 관료들은 트럼프 취임부터 행정명령 발표까지 격변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지난 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앞선 1기보다 더 강력한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예고한 만큼 경계 태세를 강화했는데,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게 현 시점의 관전평이다.이 관계자는 "아직 시험 문제를 다 푼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이 행정명령에 직접 언급되거나 간접 피해가 확실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장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장 한미FTA 재협상 언급은 섣불러"
산업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행정명령과 주요 발언을 모니터링하는 팀을 가동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 보편 관세, 산업계 여파 등에 상황을 공유했다.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던 한미 FTA 재협상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미국 측 고위 관계자도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도 이를 공식 언급하기엔 아직 섣부른 것 같다"며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무역협정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한미 FTA도 다시 손질할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아직 한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은 상황이다.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사업계획에 차질이 예상되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방침에 대해선 "행정명령을 살펴보면 취임 직후 90일간 보조금 지급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유예(pause)하고 검토한다고 돼 있다"며 당장 우려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앞서 미국을 방문해 우리 기업 투자가 현지 투자가 미국에도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이란 걸 잘 설명했다고도 덧붙였다.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해소할 방법에 대해선 "전체 무역 규모를 키워야지 줄일 수는 없다"며 대미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가 미국 내 석유·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미국 에너지 수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멕·캐 관세 여부 결정되는 2월 '촉각'
미국이 한국 등에 보편관세를 매길지 여부에 대해선 "행정명령에 따르면 4월 1일까지가 조사 기한"이라며 아직 두 달 가량 시간이 남은 만큼 아웃리치(대외협력)를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과정에서 보편 관세를 계속 언급해왔기 때문에 긴장감을 갖고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보편 관세를 매길 경우 대미 수출이 최소 9.3%에서 최대 13.1%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정부는 다음달 1일 이후 결정될 멕시코·캐나다 관세 방침부터 우선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월 1일부터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의 경우 삼성,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이 진출한 우회수출국이라 타격이 예상된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현지 공장 물량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열어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 가전 철강 등 멕시코에 나가있는 국내 500여개 기업들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면서 "이외에 알래스카 개발, 에너지, 조선 분야에서 협력할 부분도 적지 않은 만큼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