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전에 도전할 용기를 주는 책 … '고전을 읽을 이유'


구은서 지음
“사람들이 칭송은 늘어놓으면서 읽지 않는 책”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을 이렇게 정의했다. <데미안>, <파우스트>, <안나 카레니나>처럼 제목은 들어봤지만 읽을 용기는 나지 않았던 이런 고전은 항상 어렵고 두껍고 재미없는 과제처럼 느껴진다. <이유 있는 고전>은 이런 고전을 읽을 ‘이유’를 알려준다. 저자 구은서는 문화부 책 담당 기자로 일하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고전 문학을 소개하는 '이유 있는 고전'을 연재했다.
책은 고전을 5개의 테마로 나눠 소개한다. 1부 '역주행한 고전'에서는 세월이 흐른 뒤 재조명받은 고전들을 소개한다. BTS 진의 뮤직비디오 속 모티브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넓어지는 원>, 80년 전 챗 GPT의 등장을 예언한 <바벨의 도서관>처럼 고전이 현재 우리의 삶과 맞닿아있는 면에 대해 들려준다. 이어 2부 '예술을 낳은 예술'은 영화와 뮤지컬, 연극 등 다른 매체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불멸의 고전'의 매력을 알려준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영감을 준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뮤지컬로도 사랑받은 <레 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 현대 희곡의 아버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등을 소개한다.
'금기에 도전하는 고전'은 등 파격적인 소재와 이야기로 화제를 모은 고전들을 담았다. '원조 야설(야한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부터 "젊은 여자가 어떻게 이런 해괴한 이야기를 썼느냐"는 핀잔을 들은 <프랑켄슈타인>, 미성년 소녀를 사랑한 남자를 묘사해 지금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롤리타>처럼 '금기'에 도전한 문학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어지는 '한 문장으로 기억되는 고전'은 작품은 읽지 않았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문장으로 알려진 책을 소개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는 첫 문장이 유명한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같은 작품들이다. 마지막 장 '고전 중의 고전'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요한 볼프강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시간을 초월해 살아남은 고전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인간은 불완전하고 생은 쓸모없어 보이지만 사람들은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려 노력하며, 문학은 그런 노력 중 하나"라고 말한다.
책은 작품을 소개하며 작가들의 삶도 조명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엄격했던 아버지, 알제리와 프랑스에서 모두 '이방인'이었던 알베르 카뮈의 삶 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작가의 어린 시절, 취미, 연인 관계와 같은 책 바깥의 삶이 그들의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설명한다.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의 영감을 받은 사건처럼 책이 쓰인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겼다. 이런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고전을 읽기 시작한 이후에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하도록 돕는 길잡이가 된다.

고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어색함을 덜어주는 책이다. '고전을 이런저런 이유로 읽어야 한다'고 설득하기보다는 '고전도 알고 보면 이렇게 재밌는데?'라고 말하며 호기심을 마음속에 심어준다. 글도 마치 독서광이 자기 친구에게 책을 추천하는 말투로 풀어져 편하게 읽힌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문학과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오랫동안 손 놓았던 책을 오랜만에 다시 펼쳐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