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 설 연휴에도 '두근두근'…"이 종목 심상치 않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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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KB자산운용 매니저 인터뷰
설 연휴에도 열리는 美 증시…"핀테크주 담아라"
"규제 완화 기대, 브로커리지 확대로 핀테크 업체 관심"
"10년 뒤 보면 美 AI 업체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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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KB자산운용 매니저(사진)는 지난 21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설 연휴 투자할만한 종목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설을 맞아 국내 증시는 장기 휴장에 돌입했지만, 미국 증시는 그대로 열리기 때문에 서학개미의 거래는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美 핀테크주 관심, 코인베이스도 투자할 만"
이 매니저는 단기 투자처로 미국 금융주를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규제 완화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금융 부문에서 볼커룰 완화와 같은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볼커룰은 미국 대형은행이 자기자본으로 위험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막은 은행자산운용 규제책이다.이 매니저는 "미국 시중 은행이 호실적을 내는 상황에서 자본규제까지 완화하면 주주환원 여력이 커져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며 "트럼프 집권 후 기업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돼 투자은행(IB)의 이익도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전통적인 은행의 주가는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매니저는 핀테크주에 주목했다. 관심 종목으로는 로빈후드, 페이팔을 제시했다. 전통 금융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있고, 주식 붐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도 갖췄다는 입장이다.
같은 관점에서 코인베이스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 규제 완화 기조를 천명했다. 이 매니저는 "바이낸스나 비상장 거래소와 달리 코인베이스는 100% 미국 자본에 기반을 두고 있어 규제에서 자유롭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수탁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의 수혜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코인베이스가 구독 서비스에 집중한 점도 호평했다. 그는 "과거 코인베이스의 사업 모델은 수수료에 치중돼 가상화폐 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최근 구독 서비스 매출액 비중이 전체의 40%까지 올라오며 실적 안정성도 개선됐다"고 호평했다. 코인베이스는 구독형 플랫폼 '코인베이스 원'을 시작으로 구독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매달 구독료 29.99달러(약 4만2000원)를 내면 사실상 수수료 없이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
지난 23일 기준 이 매니저가 운용하는 'RISE 미국AI테크액티브' ETF에는 엔비디아, 팔란티어, 마이크로소프트(MS), 버티브홀딩스 등이 담겨있다.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 공공기관에 AI 기반 정보처리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업체다. 버티브홀딩스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관리와 냉각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ETF에는 레딧도 편입돼있어 눈길을 끈다. 레딧은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운영한다. 이 매니저는 이 점에 집중했다. 생성형 AI는 최대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레딧의 수많은 댓글, 게시물이 AI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이 매니저는 "레딧의 데이터는 익명성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빅테크에 AI 트레이닝용 데이터를 납품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 오픈AI와 계약을 맺었다"며 "레딧은 관심사별로 게시판이 나뉘어 있어 광고주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AI 번역 기능을 도입해 글로벌 커뮤니티로 도약하고 있다"며 "향후 나스닥100 등 지수 편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가치와 관계없이 미국 주식은 간다"
그는 "미국이 다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돼 주식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반대로 미국이 긴축하고, 강달러 시대가 찾아와도 미국 주식은 조정받지 않을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강달러를 미국의 패권 강화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고, 미국에 투자 수요가 몰린다"고 강조했다.이 매니저는 2018년 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 입사하며 자산운용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한화손해보험 증권운용팀을 거쳐 2022년 KB자산운용에 합류했다. 현재 KB자산운용 글로벌 운용팀에서 'RISE 미국AI테크액티브' ETF, 'KB 미국대표성장주' 펀드 등을 운용하고 있다. RISE 미국AI테크액티브는 지난해 11월 26일 상장 후 16.1% 올랐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