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된 K-보일러…북미 시장서 대인기

경동나비엔의 콘덴싱 온수기 모습. 경동나비엔 제공
경동나비엔의 콘덴싱 온수기 모습. 경동나비엔 제공
보일러 업계가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고환율과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공약이 온수기와 보일러 분야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경동나비엔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26억원으로 직전년 대비 25.2% 개선됐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으로 2021년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성장의 비결은 수출에 있다. 경동나비엔은 작년 3분기까지 북미 시장에서만 58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9535억원)의 61%에 달하는 규모다. 연간 기준으론 직전 최고치였던 2023년(6609억원)을 넘어 8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미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해외 매출을 합하면 전체의 70%에 달한다.

북미 시장의 최고 효자는 온수기다. 북미 매출의 70%는 '콘덴싱(condensing·기체가 액체로 응축되는 현상을 통해 열을 재활용) 온수기'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40~50% 수준으로 일반 온수기 대비 열효율이 높아 노후 온수기 교체 수요가 큰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겨울부터 북미 시장에 신규 제품인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를 출시하며 난방시장에도 진출했다.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는 물을 데운 후 공기와 물을 열교환해 난방을 공급하는 장치다. 물을 통해 습기 있는 따뜻한 공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산화탄소 질식 등 가스 누출 위험이 있는 기존 미국 난방 시스템에 비해 강점이 있다.경동나비엔의 맞수격인 귀뚜라미는 중국, 러시아, 미국, 우즈베키스탄, 그리스, 카자흐스탄, 브라질, 칠레 등 20곳에 보일러를 수출하고 있다. 2030년 내 해외 매출 비중으로 50%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해외영업과 수출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보일러를 넘어 에어컨에서부터 원자력 발전소, 반도체공장, 데이터센터, 잠수함의 냉동공조기기까지 수출하며 종합 냉난방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환율로 수출 단가는 높아지면서 수익성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집권으로 열효율 등을 중시하는 친환경 흐름이 일부 축소될 수 있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가스형 콘덴싱 온수기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