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하이닉스·현대차·기아의 깜짝 실적…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연일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1%까지 추락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국내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연간으로 계산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싹쓸이한 결과다. 최첨단 HBM 칩은 영업이익률이 50%가 넘는 ‘효자 상품’이다.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175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연간 매출 기록을 다시 썼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2조원을 찍고 매출과 영업이익 신기록을 냈다. 경기 침체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탓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제자리걸음 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차량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집중적으로 파는 방법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위기에 내몰린 국내 기업에 여러 시사점을 준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경쟁사들이 심드렁해하던 HBM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AI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것이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회사의 운명을 바꿨다. 집요하게 기회를 엿보고, 기민하게 움직인 것은 현대차·기아도 마찬가지다. 믿고 있던 전기차 시장이 흔들리자 발 빠르게 하이브리드카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기아의 지난해 4분기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16만4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5% 늘었는데 이 중 10만 대가 하이브리드카다.

올해는 지난해 이상으로 힘든 시기가 될 전망이다. 4년 만에 다시 백악관을 차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국 기업에 주는 보조금을 줄이고, 대신 관세 폭탄을 안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내도 아수라장이다. 결국 이번에도 믿을 것은 기업뿐이다. 국가 경제를 살리는 첫걸음은 경제의 불씨를 지키는 기업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