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일 말폭탄 "美서 안 만들면 관세…금리·유가 다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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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으로 다보스포럼 참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국제무대 복귀 첫 연설에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는 미국 빅테크를 규제하면 보복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유국과 미국 중앙은행(Fed)에는 각각 유가와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했다.
Fed 겨냥 "즉시 금리인하 요구"
OPEC엔 "유가 낮춰야 전쟁 끝나"
EU엔 빅테크 규제시 보복 시사
유가 1% 뚝…美국채는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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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를 규제하는 EU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애플, 구글, 메타 등에 부과하는 과징금을 언급하며 “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일종의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 과징금을 ‘일종의 세금’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가 예고한 ‘세금 보복’ 방침과 연관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다른 나라가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부과하면 미국 내 해당국 기업에 두 배 높은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인 방위비 분담금을 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낮추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유가가 내려가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즉각 끝날 것”이라고 했다. 원유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2월물은 1.09% 하락한 배럴당 74.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각국 중앙은행을 향해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는 “유가가 하락하면 금리 인하를 즉시 요구하겠다”며 “세계가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낮추기 위해 제롬 파월 Fed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금리가 얼마나 떨어지기를 바라냐고 묻자 “많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자신이 임명한 파월 의장에게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원유 시장과 달리 국채 시장은 잠잠했다. 이날 밤 12시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는 0.04%포인트 오른 연 4.65%에 거래됐다. 배런스는 “미국 대통령이 Fed 관료를 압박하거나 교체할 권한은 제한적”이라며 “이런 압박성 발언이 금리를 낮추는 데는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견 중 트럼프(당시 당선인)가 사퇴를 요구하더라도 그만두지 않겠다고 못박았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새 무역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더 공정한 무역 관행을 마련하는 합의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있다”며 “우리에겐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관세”라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