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지지율 하락에 "보수 과표집"…전문가 "불리하니 안 믿겠단 것"
입력
수정
지면A6
갤럽 "과표집 주장은 오독 조장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당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안팎에서 접전을 보이거나 오히려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자 ‘보수 과표집’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정치 성향의 응답률이 높은 것 자체가 변화된 여론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불리한 여론조사는 믿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적극 응답 자체가 민심 반영"
민주당 여론조사검증·제도개선특별위원회는 24일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크게 뒤진 여론조사 5건을 사례로 들며 “보수 응답자가 과표집됐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해당 여론조사 응답자의 이념 성향별 비중을 보면 ‘보수’가 ‘진보’보다 높고, 이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명태균 게이트’로 공개된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한국갤럽은 정치권에서 나오는 ‘과표집 주장’을 겨냥해 조사 결과 보고서에 이례적으로 별도의 코멘트를 달았다. 한국갤럽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와 진보의 비중이 같아야 한다면서 한쪽이 더 높으면 잘못된 조사라는 주장이 횡행한다”며 “이는 과학적 근거 없이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오독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했다. ‘특정 이념 과표집’ 주장 자체가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이는 민심 변화의 결과지, 최근 나타나는 여론조사 흐름의 원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른 여론조사 업체와 전문가도 ‘정치 성향’은 정치·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바뀌고,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 이를 놓고 과표집을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여론조사 업체 대표는 “12·3 비상계엄 직후에 비해 민심이 상대적으로 보수화돼 보수 비중이 커졌거나, 기존 보수층이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응답해서 나타난 결과로 보는 게 맞다”며 “이 자체가 여론의 변화인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진보 응답 비율이 높았고 민주당 지지율도 높게 나왔는데, 그때는 왜 ‘진보 과표집’을 문제 삼지 않았냐”며 “불리한 조사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보수의 비중이 40%면 과표집이고, 30%면 과표집이 아닌 것이냐”고 했다.
한재영/최형창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