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연장 불허에 검찰 '발등의 불'…'尹 기소' 주말내 판단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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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구속 연장 불허'
법원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
檢이 추가 수사할 이유 없다"
尹측 "사법 마지막 자존심 지켜"

24일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한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허가가 불허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공수처 검사가 고위 공직자 범죄 사건을 수사해 공소제기요구서를 붙여 검찰에게 보낸 사건에서,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검찰이 공수처가 수사한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았다면 기소 여부만 판단해야 할 뿐, 추가로 윤 대통령을 수사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원은 고위 공직자 등의 범죄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하도록 공수처를 설치한 공수처법의 입법 취지,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이를 공수처와 검찰청 사이에도 적용하는 공수처법 제26조의 규정 취지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또 공수처법에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관해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체포된 윤 대통령은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정식으로 수감된 상태였다. 검찰은 윤 대통령 측의 체포적부심사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등 절차에 소요된 시간을 고려해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간이 늦어도 26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연장 기한을 2월 6일로 잡았다.
법원이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 윤 대통령은 주말 내 기소되지 않으면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런 점을 고려해 주말 안에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수사 계속할 이유 없다"…법원, 尹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검찰, 기소 여부만 판단해야"
법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 주요 사유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의 입법 취지를 들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수처법에 따른 공수처 설립 취지가 “고위 공직자 등의 범죄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하도록 하기 위함”임을 전제하며 이 법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같은 법 제26조에 따라 수사-기소 분리가 공수처와 검찰청 간에도 적용된다고 봤다.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는 사건은 공수처가 검찰로 넘기기 전 단계에서 수사가 모두 마무리돼야 하며, 검찰은 오로지 기소만 해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또 법원은 공수처법에 “검찰청 소속 검사의 보완 수사권 유무나 범위에 관해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짚었다. 공수처가 검찰에 넘긴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 사건 수사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공수처법 자체의 미흡함이 또 한 번 발목을 잡은 셈이다. 윤 대통령 사건의 주요 혐의는 내란 수괴(우두머리)이고, 공수처가 이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선 첨예하게 의견이 나뉘었다.
법원은 체포·수색영장, 구속영장 발부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며 공수처법에 관해 나름의 해석을 해놓고서 이번엔 “규정이 없다”는 식으로 판단을 보류했다.
이 같은 법원 판단은 일견 예견되기도 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에스앤엘파트너스 변호사는 SNS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공수처가 이첩한 사건을 적법·유효하게 수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검찰이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때 무혐의 결정을 할 수 있는지, 공수처의 구속 결정을 검찰이 직권으로 구속 취소할 수 있는지의 문제도 남는다”고 지적했다.구속기간 연장을 자신했던 검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검찰은 이날 중 법원의 허가가 떨어지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실시해 혐의를 보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할 수 있는 기간은 하루이틀밖에 남지 않게 됐다.
검찰은 이미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주요 피의자 10명을 재판에 넘긴 만큼 기소 자체에 무리가 없다고 보지만 현직 대통령인 만큼 부담이 크다. 이날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구속기간 연장 불허는 사법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며 법원이 옳게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시온/장서우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