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vs 日 철강 관세 전운…일본 "무역조치 발동" 맞불

현대제철, 日 반덤핑 제소하자
日 철강계, "무역조치 발동 要"
이례적 비판에 관세 전쟁 전운

국내 압연社는 제소에 반발
日 수출 많은 포스코는 난감
현대제철이 제조한 열연강판.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이 제조한 열연강판. 현대제철 제공
한국과 일본간 철강 관세 전쟁의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현대제철이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정부에 요청하자, 일본 철강업계는 “무역조치를 발동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포스코 등 한국 철강업계의 주요 수출 무대인 일본 고급 철강재 시장에서 ‘관세 장벽’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日 철강업계, ‘맞불 작전’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이 다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일본제철 사장)은 최근 “철강재 수입 증가로 일본 철강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무역조치 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12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일본·중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신청한 이후 처음 공개적인 반응을 드러낸 것이다.업계에서는 일본제철이 포스코 등과 관세 관련 ‘물밑 협상’을 진행했지만, 차도가 없자 ‘맞불 작전’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개 비판을 삼가는 일본 산업계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라 무관세로 서로의 철강재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372만t의 열연강판을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일본산은 194만t으로 약 52%를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약 1조7000억원어치다.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2023년 221만t으로 2017년(269만t)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초부터 현대제철이 반덤핑 제소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본 철강사들은 한국 수출향을 줄였다. 일본산 열연강판은 국산보다 10~20% 저렴해 수요가 많은 데다, 현지 철강사 입장에선 자국 내 건설, 자동차 경기가 부진한 터라 한국 수출이 실적의 버팀목인 셈이다.

현대제철은 저렴한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이 저렴하게 넘어와 한국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마는 판재류의 소재로 쓰이는 열연강판 시장이 무너지면 철강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우려한다. 해외산 열연강판은 국내산보다 10% 이상 싸게 팔리고 있다. 또 중국산 열연강판에만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 일본산 수입을 늘리는 ‘풍선 효과’가 생겨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유럽연합(EU), 튀르키예 정부도 같은 이유로 최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나섰다.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열연강판을 연간 각각 2300만t, 1000만t 제조한다. 대부분 자체 사용하거나 수출하고, 국내 시장엔 포스코가 450만t, 현대제철이 220만t을 판매한다. 열연강판 조사 개시 여부는 2월 말을 앞두고 갈등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對日 5.3兆 수출 시장 잃을거냐”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 의견은 갈린다. 우선 고로(용광로)가 없는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압연사는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다른 철강사로부터 열연강판을 사와 컬러강판, 강관 등으로 가공하는 데, 절반 가량을 해외산으로 쓰고 있다. 일본 열연강판은 국산보다 t당 5만~10만원 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수입되는 약 200만t을 국산으로 대체하면 2000억원을 더 써야 한다.

한국 철강업계는 지난해 일본에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철강재를 수출했다. 일본산 철강재는 총 6조8000억원어치 수입했다.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 우선은 일본 기업의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이 가운데 열연강판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1조7000억원 수출됐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판 규모는 9000억원어치다.포스코는 일본 완성차업체에 대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 강판(아연도금강판 등) 판매를 늘려왔다는 점에서 일본과의 갈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에 현대자동차·기아용 강판 물량을 뺏긴 이후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도요타 등 완성차 업계가 현지 철강사의 배짱 장사에 불만이 많은 만큼 일본 철강사의 한국산 철강재 관세 요구가 쉽게 먹힐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